최근 KBS 2TV 드라마스페셜 ‘화평공주체중감량사’(이하 화평공주)에서 뚱녀로 변신한 유진의 상대역 백모진을 연기한 배우 최대철. 브라운관으로는 첫 작품이지만 뮤지컬과 연극에서 잔뼈가 굵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34살의 나이로 늦깎이 탤런트 데뷔를 한 최대철을 강남에서 만나 화평공주 촬영 뒷이야기와 그의 인생사를 들어봤다.
“화평공주 촬영 끝나고 나와서 굉장히 많이 울었다.”
최대철에게 첫 드라마 데뷔작을 마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화평공주의 연출을 맡은 송현욱 PD는 연극 ‘5월엔 결혼할꺼야’ 공연장을 찾아 1인 8역을 소화하고 있는 최대철을 눈여겨보고 백모진 역으로 전격 캐스팅했다. 화평공주는 단막극으로는 이례적으로 8.2%의 전국일일시청률(AGB기준)을 기록해 대박이 났다.
최대철은 “송현욱 PD에게 믿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화를 드렸다” 며 당시를 회상했다. 작품에서 같이 호흡한 유진에 대해서는 “털털하고 까탈스럽지 않다. 뚱녀 분장으로 힘들었을텐데 힘든 내색을 안해 나이로는 동생이지만 연예계 선배라 많이 배워야겠다고 느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화평공주에 대해 안타까운 점을 물었다. 최대철은 “극에서 볼품없는 차림으로 유진씨와 펑펑 우는 부분이 있었는데 많이 편집돼 아쉽다” 고 말했다. 또한 “시녀인 홍란과 바람을 필 때 애정이 깊어지는 감정선이 있는데 많이 생략됐다” 고 덧붙였다.
뒤늦게 브라운관에 얼굴을 알린 최대철은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배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대철은 “고등학교 1학년때 TV에서 ‘가위손’으로 열연한 조니뎁을 보고 영화배우의 꿈을 품었다. 조니뎁이라는 사람이 아닌 가위손 자체로 보이는 게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고 털어놨다.
최대철은 “배우가 되고 싶어 누나와 상의했는데 그 때 누나가 데려간 곳이 무용학원이다. 내 몸으로 희노애락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무용을 배운 것이 연기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용 입문은 늦었지만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맘으로 했다” 는 최대철은 한양대학교 무용학과에 당당히 합격한다. 대개 무용과 남학생들은 콩쿨 입상으로 군면제를 받지만 최대철은 작품을 받을 비용이 없어 몸이 굳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입대를 택했다.
제대 후 서울서 열린 국제 파리콩쿨에서 예선 1등을 해 군대 갔다온 사람도 무용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해냈다.
하지만 파리콩쿨 파이널 3일전 연습실에서 막 나오던 길에 공사 인부를 돕다가 인대 3개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최대철은 “그 때 교수님은 (콩쿨)은 너의 것이 아닌거 같다고 했고 나는 무용을 접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고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를 설명했다.
최대철은 이후 뮤지컬, 연극의 오디션을 직접 보러다니며 무대의 뒷배경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뮤지컬 명성왕후의 홍계훈 역과 연극열전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최대철은 “영화 오디션을 봐서 꿈을 빨리 이룰 수도 있었지만 뮤지컬, 연극을 통해 하나하나 배워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 영화를 먼저 택하지 않은 이유를 말했다.
영화배우를 꿈꾸던 10대 최대철은 십 수년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거쳐 이제 막 영화의 길로 들어섰다. 최대철은 현재 김용한 감독의 영화 ‘돈 크라이 마미’에 유선의 남편 역으로 캐스팅돼 촬영에 한참이다.
그는 “무지개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색깔별로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최대철이라는 하나의 배우로 비춰지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이제부터 시작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대사 한 마디 받던 때를 생각하며 그 느낌을 지키고 싶다” 고 기본을 지키는 배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