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PYEONGCHANG)”
평범한 강원도 한 도시의 이름이 가장 감동적으로 울려퍼지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가 눈물을 쏟았다. TV 앞에 모여 앉아 숨죽이던 온 국민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두번의 절통의 눈물이 감동과 환희로 뒤바뀌는 그 날이 드디어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6일(현지시간)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1차 투표에서 평창은 63표라는 압도적을 득표수로 독일 뮌헨(25표)과 프랑스 안시(7표)를 제치고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12년간 2전3기 끝에 이뤄낸 성과다.
이날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70분에 걸친 프레젠테이션(PT)은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국제컨벤션센터 세션룸에서 진행된 최종 PT는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이 포문을 열었다. 나 대변인은 두 차례의 실패를 이겨낸 평창의 끈기와 인내심을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설명해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자극했고, 다음에 발표할 선수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날 PT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피겨의 여왕 김연아였다. 그녀는 국제대회를 통해 쌓은 여유와 부드러운 미소, 특유의 감성으로 꿈과 희망을 역설하며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연아는 로게 IOC 위원장이 개최지로 “평창”을 호명하는 순간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으며 그간의 ‘강심장’ 이미지를 반전시켰다.
이외에 조양호 유치위원장, 이명박 대통령, 김진선 유치위 특임대사, 김연아, 문대성 IOC 위원,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토비 도슨 등이 PT를 이어나갔다.
미국에서 지원 사격에 나선 도슨은 자산의 불행했던 성장 스토리를 바탕으로 IOC 위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는 자신이 입양아로서 겪은 정체성의 혼란 과정을 역설하며 스포츠가 자신에게 가져다 준 꿈과 희망을 차분하고도 강력하게 호소했다.
김진선 특임대사는 앞선 두 번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다 발전된 평창의 모습을 피력했고, 박용성 IOC 위원은 가벼운 농담을 던져 다소 무거웠던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날 PT에 나섰던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IOC 위원 63명의 마음을 열었다는 평가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유치 결정이 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부 저보고 했다고 하는데 이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만든 것”이라며 “평창 유치팀의 고생이 많았다”며 겸양의 미덕을 보여줬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외교에 전면적으로 나선 이 대통령은 “세계에서 이렇게 열정적인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이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승리”라면서 “지난 10여년간 강원도민은 좌절하지 않고 실패할 때마다 열정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평창 대표단은 전세기편으로 더반을 출발해 8일 오후 2시 1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