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당직 인선을 둘러싼 한나라당 지도부 내 갈등이 고성이 오가는 내홍으로까지 비화됐다.
핵심은 사무총장직으로 홍 대표는 자신의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주장하는 반면,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 등은 ‘캠프 인사’라며 이에 맞서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고성으로까지 이어졌다. 홍 대표는 이날 영남 출신의 재선 김 의원을 사무총장에, 쇄신파의 초선 김성태 의원을 제1사무부총장에 임명하는 인선안을 내걸었다. 대신 제2사무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은 친박계 인사를 추천해 줄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 등은 공천을 좌우할 사무총장에 대표 측근 기용은 안 된다며 거듭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때 “(내가) 당대표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는 홍 대표의 목소리가 회의장 밖으까지 흘러나왔고, 급기야 홍 대표가 회의 도중 얼굴을 붉히며 회의장을 뛰쳐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유 최고위원은 회의 직전 기자와의 전화통화 및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홍 대표가) 계속 (김정권 사무총장안을) 고집하면 당직 인사는 못하는 것”이라며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천 실무를 관리,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누가 봐도 공정한 인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최고위원도 “다른 얘기를 할 필요도 없다”며 “안상수 대표 시절 당시 홍준표 최고위원이 캠프인사 인선을 ‘당직 매수행위’라고 비난하지 않았나. 왜 같은 행위를 반복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나경원 최고위원은 “중립 성향의 사무총장을 찾아야 한다”며 “홍 대표의 캠프인사가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고 양비론을 폈다.
선출직 최고위원 중 남경필 최고위원만 “공천 관련된 자리가 사무총장 하나가 아니라 1, 2사무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 등 네 자리”라며 “이중 한 자리에 대표가 자기 뜻을 펼 수 있는 사람을 넣은 것도 필요하다”고 찬성 견해를 밝혔다.
한편 당사자인 김정권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사자로 거론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최고위 논의를) 지켜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은 지난 17대 총선 공천 당시 친이계 핵심이었던 이방호 사무총장이 친박계를 배제한 이른바 공천학살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을 낳는 단초가 된 바 있다. 사무총장은 당연직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제1·2사무부총장과 함께 공천실무를 담당,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의도연구소장은 공천심사의 기준이 되는 각 지역별 여론조사를 총괄하는 요직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