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란 복병에도 추가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시중은행 외환딜러들도 화들짝 놀랐다. 외환당국이 1080원대에서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달러 매도 개입을 한 것이다. 달러 매도 개입은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딜러들은 “정말 당국이 맞는냐?”며 자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부의 환율 하락 의지가 강한 것이다.
박형중 메릴린치 전략팀장은 “수입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하락 신호를 분명히 보내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급등락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이 그런 시기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개입’보다는 ‘시장 자율’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1050원대 하락에도 정부가 이렇다할 개입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것도 환율 하락에 우호적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5~6월 각각 2조6000억원, 2조2200억원의 국내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전 3개월 평균치인 8000억원보다 3배나 많은 수준이다. 채권 매수에 따른 달러 공급 물량이 늘어나 환율 하락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무역수지도 15개월째 흑자를 보이면서 달러 공급을 규모를 키우고 있다.
각 연구소들도 연말 환율 전망치를 앞다퉈 내리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 4월 1050원으로 전망한 연말 환율은 1035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1050원에서 1020원대로 내렸다.
다만 유로존 재정위기는 원화값이 마냥 상승하게만 놔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7.70원 오른 1065.50원에 개장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로 확산할 것이란 염려 탓이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정부의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1070원대까지 상승할 경우 환율 추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개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