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고지전-동족간 전쟁 그 의미를 묻다

입력 2011-07-13 11:11 수정 2011-07-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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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휴전 협정 직전의 전쟁터는 어땠을까? 영화 ‘고지전’은 1953년 한국전쟁의 최전선인 애록고지에서 국군과 인민군이 교착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2011년 현재까지도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은 영화에서 단골 이야깃거리로 쓰여왔다.

이런 가운데 고지전을 연출한 장훈 감독은 전작 ‘의형제’에 이어 남북소재의 영화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공동경비구역 JSA’의 각본을 맡은 박상연 작가 또한 11년만에 ‘고지전’ 시나리오를 맡아 화제가 됐다.

장훈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전쟁 영화이지만 등장 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하는데 신경을 썼다. 따라서 소재는 무겁지만 전쟁 내에서도 일상의 즐거움이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같은 장소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인이 바뀐다는 것에 착안, 국군과 인민군이 엇갈리게 방문하는 아지트인 애록고지 14벙커를 만들어냈다.

14벙커는 전쟁에 지친 군인들이 유일하게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국군은 인민군에게 화랑담배와 전선야곡 가사를, 인민군은 국군에게 술을 간접적으로 전하며 적대 상황이지만 한민족이라는 유대감을 갖게 해준다. 14벙커는 김수혁 중위로 열연을 한 고수가 훗날 결정적으로 죽는 원인을 제공하며 비극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국군과 인민군이 마지막 고지전을 앞두고 함께 부르는 ‘전선야곡’을 통해 영화는 한국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전쟁을 그만하는 줄 알고 있었던 양쪽 군인들이 우두머리들의 알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전쟁터에 끌려나온 심정을 노래로 적절히 표현해냈다.

신하균은 방첩대 중위 강은표 역을 맡아 영화전체를 관조하며 전쟁과 군인들을 관조한다. 고수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겁쟁이 이등병에서 전쟁에 광기 어린 김수혁 중위로 변모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분했다. 신예 이제훈은

신하균과 고수를 거느리는 20살 중대장 신일영 역으로 출연해 새로운 상급자의 모습을 제시했다. 인민군 명사수 차태경 역으로 나온 김옥빈은 대사량이 많진 않지만 순수한 눈빛으로 거침없이 국군을 저격하는 모습을 보여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아울러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군인들의 전투 상황을 담아내는 카메라는 그 동안의 전쟁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33분의 긴 러닝 타임이지만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전투와 인물들이 영화 속을 파고든다. 여름철 영화 성수기를 맞아 고지전이 헐리우드 영화들과의 흥행 전쟁에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오는 20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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