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는 이중으로 추방당한 자였다. 유대 공동체에서는 이단자로 몰려 파문당했고 기독교 세계에서는 무신론자 유대인으로 낙인찍혔다. “쇠사슬로 묶어놓고 몽둥이 매질을 해야 마땅한 미치광이 악한”이라는 비난이 그를 따라다녔다. 암살 위협까지 받게 되자 그는 고향 암스테르담을 떠나 헤이그로 숨어들었다.
이 이중 망명자는 하숙집 다락방에서 낮에는 광학용 렌즈를 갈고 닦고, 밤에는 촛불 아래서 자신의 철학 체계를 갈고 닦았다. 그는 억압적인 신권정체 타도와 자유로운 민주정체 수립을 주장한 근대 최초의 정치 철학자이자 급진 혁명가였다.
라이프니츠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품은 ‘옴니마니아(omnimania)’였다. 철학사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천재로 꼽히는 라이프니츠는 철학, 수학, 물리학, 기계 기술, 지리학, 법학, 어학에 두루 능통했다 라이프니츠는 모든 사상의 중재자가 되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품었고, 무너져 가는 기독교 세계를 재통합하는 ‘기독교 국가’ 건설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의 야심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만나 격하게 흔들렸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생각은 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적 문제의식으로 생동한다. 17세기는 철학하는 것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태로운 시대였으며 동시에 그 위태로운 시대를 별처럼 빛냈던 불온한 천재들의 시대였다. 이 잘 짜인 철학적 모험담은 그 17세기를 강타한 천재적 사상들의 대결을 한 편의 드라마로 되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