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공공 감정평가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서울리조트' 감정평가와 관련해 약 170여억원을 배상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업계 손해배상액으로는 사상 최고액으로 추산된다.
17일 대전고법에 따르면 지난 15일 제1민사부(재판장 김용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은 ‘감정원이 1994년 서울리조트가 담보로 내놓은 부동산 가치를 과다하게 평가해 한국리스여신의 전신인 중앙리스금융에 손해를 입게 한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97억1300여만원과 1994년 11월9일부터 이날까지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지연 손해금까지 합하면 총배상금은 170여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감정원은 중앙리스금융(1998년 파산. 한국리스여신이 원고승계)이 1999년 4월 청주지법에 제기한 과다감정평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2003년말 원고 측에 19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뒤 항소했으며, 대전고법에서 열린 2심에서는 약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2009년 대법원에서는 ‘객관적인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서울리조트가 1994년 9월 감정원이 감정평가한 토지를 담보로 청주 소재 중앙리스금융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대출(물건리스)을 받으면서부터다.
대출을 받은 서울리조트가 리스료를 연체하는 등 경영난으로 사실상 채무 변제능력이 없게 되자 중앙리스금융이 감정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감정원이 담보 토지를 과다하게 감정평가해 주는 바람에 서울리조트에 터무니없는 대출을 해 줘 결국 중앙리스금융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는 것이 한국리스여신의 주장이다.
실제 감정원은 서울리조트가 소유한 문제의 경기도 미금시 호평동 산 26-1번지 일대 4만9797평을 519억원으로 감정했으나 법원이 의뢰한 감정평가사는 이 땅을 62억5000만원으로 평가했다.
같은 땅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무려 8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이는 표준지 선정과 당시의 가격수준 등에 대한 양측의 평가기준이 달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우리 직원이 일정 부분 실수한 것이 있는데 스키장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로 평가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나 이미 개발이 된 것으로 보고 평가를 했던 것 같다”며 “이번 판결이 최종이라고 볼 수 없고, 상고 여부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보면 부실의 숫자나 말썽은 민간기업이 많고 우리는 월등히 적다”면서 “다른 민간 업체의 경우 사고가 더 많이 나는 실정인데, 한 직원의 잘못으로 공공기관이 매도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보통의 감정평가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평균 1억원정도인 것에 비교하면, 이는 감정평가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래 손해배상액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라며 “이번 판결로 대외 공신력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