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발생과 함께 연일 우울한 소식에 침체됐던 일본 열도에 웃음꽃이 피었다.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 이른바 ‘나데시코’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한 월드컵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독일 월드컵 축구경기장에서 1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과의 경기에서 나데시코는 1대1 동점까지 갔다 연장전에 돌입, 치열한 접전 끝에 승부차기로 3대1로 승리를 거뒀다.
일본 시민들은 이날 오전 3시49분부터 81분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경기를 보지 못한 시민들은 이른 아침 TV 뉴스를 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우승의 감격은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데다 상대팀이 미국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컸다는 평가다.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은 그 동안 미국 대표팀과 24번이나 경기를 치렀지만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인은 경기 전날까지 ‘나데시코’의 승리를 기원하면서도 속으로는 ‘첫 메달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였다.
특히 경기 내용은 대지진 후유증으로 신음하는 일본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후반 24분에 미국에 한 골을 먼저 내준 뒤 끌려가다가 12분 후 쫓아갔고, 연장전 전반에 또 한 골을 내줬지만 연장전 후반에 한 골을 만회하는 끈기를 보인 끝에 승부차기에서 3-1 승리를 거뒀기 때문.
이는 대지진 이후 계속된 여진과 쓰나미·방사능 공포,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좀처럼 수습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일본 정치권의 모습에 실망한 일본인들에게 ‘포기하지 말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경기였다는 평가다.
출근길의 한 시민은 공영방송 NHK의 카메라 앞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포기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이 편성 30년 만에 일본 축구사에 금자탑을 세웠다”고 감격의 기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