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들이 환자 유치 경쟁과 이미지 때문에 로봇수술 기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열린 한 학술대회에서 연세대학교 비뇨기과 양승철 교수는 작심 한 듯 거친 말을 쏟아 냈다. 그는 국내 로봇수술을 처음으로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임상적으로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견 병원들이 다빈치 기기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늦게 도입한 병원들이 로봇수술의 환자 편의성 보다는 먼저 도입한 병원들과의 경쟁과 이미지 제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병원들의 경쟁심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로봇수술을 늦게 유치한 일부 병원들이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환자들에게 개복수술은 합병증이 많고 로봇수술만이 최고의 수술인 것처럼 과대광고를 하면서 로봇수술만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다빈치 로봇을 도입한 27개 병원 180여명의 의사에게‘병원에서 다빈치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74명의 응답자중 병원 이미지 제고와 타 병원과의 경쟁을 위해 도입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로봇수술에 따른‘환자만족도 증가’했다고 답한 의사는 3명에 불과했다.
로봇수술 기기의 대당 가격이 보통 30억~40억원에 달하고 연간 유지비용이 약 2억~2억5000만원에 달하는 만큼 기기 도입비 및 유지 비용을 충당하려면 연간 150~200건 이상의 수술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들은 위험한 로봇수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다빈치 로봇은 미국 '인튜이티브'사가 시장 전체를 독점하고 있어 장비가격은 물론이고 유지비도 낮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처럼 높은 원가에 의사 기술료까지 더해져 환자 부담금은 높을 수밖에 없다.일부 병원들은 의사들에게 로봇수술 건당 '인센티브'까지 주며 로봇수술 환자 유치를 권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회장은 “후발 병원들은 로봇수술의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병원간의 경쟁과 이미지 때문에 다빈치를 유치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탤런트 박주아 씨의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로봇수술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채민 연구원도 “로봇수술의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는 상태에서 객관적인 정보로 오해될 수 있는 특정 병원의 홍보성 기사는 환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조필현 기자 cho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