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는 4월 20일(현지시간)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원유유출 사고로 순식간에 쪽박 신세로 전락했다.
당시 작업 중이던 BP의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폭발로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시추선은 폭발한 지 2일만에 수심 1500m의 심해로 가라앉았다.
가라앉은 딥워터 호라이즌에서는 87일간 하루 평균 5000배럴 가량의 원유가 뿜어져 나오면서 멕시코만을 기름띠로 오염시켰다. 이 영향으로 인근 생태계가 파괴, 루이지애나주는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관련 손실만 280억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33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또한 사태 처리 비용 마련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물론 일부에서는 BP의 피인수설을 제기하는 등 진퇴양난에 처하게 됐다.
사고 발발 1년 3개월 가량이 지난 지금, 심해 자정능력과 지속적인 기름 제거 덕분에 멕시코만을 뒤덮고 있던 기름띠는 사라졌다.
하지만 BP의 원유유출 사태는 1989년 알래스카 엑손 발데즈호 사건을 뛰어넘는 미국 최악의 환경 참사로 규정, 이 사고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BP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미국 소비자 단체가 발행하는 컨슈머리포트는 BP를 올해 최악의 기업에 선정했다. 소비자들이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비극을 금융 위기보다 더 참혹하게 여긴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사고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원유유출 사고 여파로 지난 1분기 BP의 순이익은 5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이 기간 원유 생산규모도 줄었다. 1분기 BP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358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1%나 감소했다.
피해 보상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BP는 원유유출 사고의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0억달러를 출현했으나 이를 관리하는 멕시코만 보상처리국(GCCF)은 이 가운데 겨우 38억달러만 집행해 소송에 직면해있다.
BP는 이 보상금 마련을 위해 미국 에너지 업체인 아파치에 7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 캐나다 서부, 이집트에 있는 자산들이 아파치로 넘어갔고, 베트남의 가스전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최근에는 원유 유출 사고로 추락한 회사 이미지 쇄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멕시코만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10억달러를 내놨고, 올해 1분기에는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200만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