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R&D 성과공유 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메모리 반도체 분야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하반기에 투자를 줄이는 일은 없다. 당초 계획보다 더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도 지난 22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불황에 투자해서 호황을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 방법”이라며 “아직 투자금액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큰 무리가 없다. 투자는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수장의 이같은 발언은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력 품목인 1기가비트(1Gb) DDR3 D램의 고정거래 가격은 7월 들어 0.84달러로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제조사들은 부진의 늪에 빠졌고 투자 축소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업체들에 비해 미세공정 기술에서 앞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은 내년 이후 경기 회복시에 후발기업과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업체들은 D램의 경우 30나노급, 낸드플래시는 20나노급 미세공정에서 크게 앞서 있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제품군도 PC용 D램이나 낸드플래시에 한정되지 않고 고부가가치 제품까지 다양하다.
삼성전자의 당초 반도체 부문 투자액은 10조3000억원(메모리 5조8000억원, 시스템LSI 4조2000억원). 결국 올해 메모리 부분에 총 6조원 이상을 투자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추가 투자를 통해 D램의 30나노 및 20나노 공정 전환속도를 높이고 낸드플래시는 20나노급 공정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도 D램과 낸드플래시 차세대 미세공정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연구개발(R&D) 투자와 시설보수 등에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계획한 3조4000억원의 시설 투자 중 2조1000억원은 상반기 중 마쳤다. 하반기에는 1조3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