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시장주의로 컴백?

입력 2011-07-26 11:00 수정 2011-07-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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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공모주 주장에 ‘급제동’

보다 못한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나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무리한 시장 개입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더불어 청와대 투톱으로 평가되는 백 실장은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을 국민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하자는 홍 대표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그는 전날 당 정책위와 가진 비공개 협의에서 “국민주 방식은 포스코처럼 비상장회사를 신규 상장할 때 썼던 방법”이라며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처럼 이미 상장돼 있는 회사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미 상장돼 있는 회사의 주식을 국민주로 싼 가격에 팔면 기존에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 “게다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두 회사의 지분을 싸게 팔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정부 대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비록 그가 경제·금융학자로서의 사견을 전제로 찬반양론이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지만 복수의 참석자들은 2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맥락은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이는 중도를 겨냥, 친서민을 내세운 당의 정책기조가 자칫 시장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역시 투자와 고용창출을 유보하면서까지 사내 유보금을 늘리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시장 질서까지 왜곡하면서 정부 개입을 늘리겠다는 의도는 아니라는 게 여권 고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백 실장은 최근 시장자유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총·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맞아 원칙을 견지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주위에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백 실장은 원칙주의자라는 세간의 평을 토대로 흔들리는 정책 중심을 잡는 뛰어난 조율능력을 보였다. 복지로 전환코자 하는 당의 쇄신풍엔 걸림돌이지만 이 대통령에겐 MB노믹스의 마지막 남은 수호자이기도 하다.

이화여대 교수 출신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거쳐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그의 ‘줏대’에 그가 가진 역량과 더불어 이 대통령의 무한신뢰가 뒷받침되는 이유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린 기업의 정부 지분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면서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을 국민공모주 방식으로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홍 대표는 13일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도 같은 제안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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