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경쟁력 이대로 안된다]③진정한 메가뱅크 만들자

입력 2011-07-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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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쟁 무의미…해외 M&A로 승부 국내銀 국제화수준 외환위기 이전으로 퇴보 금융사 합종연횡 유도 글로벌플레이어 육성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시장점유율 다툼에 몰입하는 대신 나라 밖에서 경쟁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저마다 ‘세계 금융 선도’, ‘국내 금융 1인자’라고 내세우지만 위상과 역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해외서 몸집키워야= 오히려 외환위기 이전보다 퇴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작년 말 기준 총 128개다. 2006년부터 꾸준히 늘긴 했지만 외환위기 이전 257개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은행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TNI(Transnationality Index)에서 국내 은행 평균치는 지난해 말 기준 3.6%다. UBS 76.5%, 도이체방크 75.2%, 씨티은행 43.7%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에도 못미친다.

지난 10여년간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논의가 진행됐지만 현실은 ‘속 빈 강정’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출혈·과당경쟁을 막고,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금융회사 간 합종연횡을 유도해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해야한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단순히 지점을 설립하거나 현지법인 설립을 넘어 M&A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글로벌 은행들은 대부분 성장을 위해 현지 M&A 방식을 택했다.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영국의 4위 은행을 사들여 자신감을 얻은 뒤, 이후 언어가 같은 중남미 은행을 수십 개 인수하면서 세계 톱10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스웨덴 한델스은행은 유럽권, 싱가포르 DBS는 동남아권 등 언어나 문화가 유사한 인근 지역은행들을 상대로 영토를 확장 중이다.

따라서 진정한 ‘메가뱅크’(대형화)를 위해선 해외 M&A 등을 통해 승부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내에서의 경쟁은 무의미하다”며 “이를 위해 해외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진정한 ‘대형화’이자 ‘메가뱅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단계적 영역 확대…문제는 현지 당국 규제= 전문가들은 단계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해외 금융기관 M&A를 추진하는데 있어 개발도상국 중소형 금융사→개도국 대형 금융사→선진국 중소형 금융사→선진국 대형 금융사’ 순으로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이 비교우위에 있고 특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집중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문제는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다. 예컨대 국내 은행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재는 외국자본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지분을 99%까지 소유할 수 있지만 이를 49%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외국자본에 매각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외자진입 규제에 나선 것이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도 중국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방카슈랑스·자동차구매 제한 등 현지 규제로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시아 등 주요국가의 감독당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감독 네트워크를 구성, 해외M&A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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