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공화당이 제안한 채무한도 증액안을 통과시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하원은 이날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이 제안한 2단계 재정지출 감축안에 대해, 찬성 218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통과된 안은 베이너 의장이 제안한 것으로, 2단계로 나눠 정부 지출을 줄이고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당장 채무한도를 9000억달러 상향 조정하고 의회가 추가 재정감축과 균형재정안을 마련할 경우 내년 초에 추가로 채무한도 상향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균형예산 편성에 관한 조항을 헌법에 수정조항으로 반영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당내 지지를 추가로 확보해 통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너 의장은 “상식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원이 행동으로 보여줬으니 이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뭔가를 내놓을 차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상원에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제로다.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베이너가 제시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마자 즉각 상원 표결에서 베이너의 법안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표결 시작 전 “베이너의 법안은 어디도 가지 못할 것”이라며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공화당의 목적은 미국인의 삶에서 공공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일방적으로 채택한 하원 법안은 상원에 도착하는 즉시 폐기될 것”이라며 “베이너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즉각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상원에서 처리해줘야 하기 때문에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이 다시 머리를 맛댈수 있는 계기는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행한 연설에서 “초당적인 합의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비록 시간이 얼마남아 있지 않지만 난국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안은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해리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치 맥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를 독대하고 절충안을 만들기 위한 담판을 시도했다. 리드 의원은 “이것이 미국을 디폴트 위기에서 구해낼 마지막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리드 의원은 내년 재정적자분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부채한도를 2조4000억달러 올리고 재정적자를 2조달러가량 줄이는 안을 내놓고 있다. 증세가 없는 안이라는 점에서 타협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당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차 각당의 의회지도부를 불러 막판 협상을 주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