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31일 상원서 리드안 확정...8월1일 상원 표결 후 하원으로
미국 여야가 채무한도 증액 마감시한을 불과 4일 앞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다.
미국 상원은 29일밤(현지시간), 하원에서 가결된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제안한 2단계 재정적자 감축법안을 59대 41로 부결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회피하기 위해 채무한도 증액 마감시한인 8월2일까지 새로운 안을 제시해 밀어부칠 기세다.
제임스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하원 표결 후 기자회견에서 “상원의 민주당안이 채무한도 증액 협상의 원안이 될 것”이라고 말해 공이 사실상 민주당 손에 넘어갔음을 시사했다.
‘베이너안’은 직전 행해진 하원의 표결에서 찬성 218표, 반대 210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여기서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베이너 의장이 제안한 안은 2단계로 나눠 정부 지출을 줄이고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당장 채무한도를 9000억달러 상향 조정하고 의회가 추가 재정감축과 균형재정안을 마련할 경우 내년 초에 추가로 채무한도 상향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균형예산 편성에 관한 조항을 헌법에 수정조항으로 반영한다는 내용을 추가, 당내 지지를 추가로 확보해 가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너 의장은 “양심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다”며 “하원이 행동으로 보여줬으니 이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뭔가를 내놓을 차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백악관은 베이너의 2단계 인상론에 대해 “6개월 후 다시 (채무 문제로)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베이너가 제시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마자 즉각 상원 표결에서 베이너의 법안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밝혔고 실행에 옮겼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표결 시작 전 “베이너의 법안은 어디도 가지 못할 것”이라며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공화당의 목적은 미국인의 삶에서 공공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일방적으로 채택한 하원 법안은 상원에 도착하는 즉시 폐기될 것”이라며 “베이너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즉각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면서 여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황이 다급한만큼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행한 연설에서 “초당적인 합의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비록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난국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안은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리드 원내대표는 미치 맥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를 독대하고 절충안을 만들기 위한 담판을 시도했다. 리드 의원은 “이것이 미국을 디폴트 위기에서 구해낼 마지막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리드안을 중심으로 야당과의 타협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리드 원내총무는 내년 재정적자분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부채한도를 2조4000억달러 올리고 재정적자를 2조달러 가량 줄이는 안을 내놓고 있다. 증세가 없는 안이라는 점에서 타협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언론들은 상원이 리드가 제시한 채무한도 증액안을 놓고 오는 31일 새벽 1시(한국시간 8월1일 오후 2시)에 독자적으로 논의에 들어가, 최종 표결은 8월1일 오후 7시경 실시, 마감시한 전에 하원으로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상원에서 리드안이 반대파의 의사 방해를 저지하는데 필요한 60표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에 따라 상원에서는 주말내내 리드를 중심으로, 공화당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하원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해 물밑 협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채무한도 증액 마감시한인 8월2일까지 초당파적인 타협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한만큼 이번 주말동안 어느정도 협의가 진전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