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의 법정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난항 끝에 타결되면서 정계구도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언론은 이번 협상 과정 중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향후 리더십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법정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고 밝혔으나 협상 과정에서 공화당에 많은 양보를 하면서 지지기반이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정책과 세금 감면 중단, 의료보호 시스템 정비 등에서 잇따라 실패한 가운데 이번 협상 과정에서 세금인상 중단과 복지혜택 축소 등 공화당 제안을 대폭 수용하면서 민주당 유권자들의 실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업무수행 지지율은 40%로 지난 2009년 1월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LA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1995년 연방정부 폐쇄 조치 당시의 빌 클린턴 대통령 지지율인 42%보다 낮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이번 협상과정에서 가장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
베이너가 의욕을 갖고 추진한 ‘정부 부채 2단계 상한방안’에 대해 공화당 내 강경보수 진영인 티파티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베이너 의장은 당초 28일로 예정됐던 하원 표결을 하루 연기하는 굴욕을 겪었다.
티파티 의원들은 베이너 의장의 방안이 정부 지출을 충분히 감축하고 있지 않다고 반기를 들었던 것.
WP는 베이너 의장이 백악관과 민주당은 물론 자신이 이끌고 있는 공화당의 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해 그의 리더십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는 주말 백악관, 민주당과의 막판 협상을 급진전시키면서 워싱턴 정가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WP는 매코넬 의장이 지난달 30일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과 직접 접촉하면서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면서 그의 정치적 감각과 당내 영향력 등이 부각됐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