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국민연금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1-08-01 11:20 수정 2011-08-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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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부국장 겸 증권부장

국민연금은 불편한 진실을 갖고 있다. 전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쉬쉬하고 있다. 특히 이에 대한 해법을 갖고 있는 정치권은 행여 표가 날아 갈까봐 모른 채 하고 있다.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에도 이 문제만 나오면 한 발짝 물러선다. 유럽의 한 나라는 이 문제를 건드렸다가 하루아침에 정권이 바뀌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불편한 진실, 그건 바로 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이다. 계산 방식에 따라 고갈 시점에 다소 차이가 나지만 이대로 가다간 205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대세다.

아니, 매월 꼬박꼬박 월급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데 왜 고갈된다는 것인가.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차 베이비 붐 세대인 55∼63년생까지는 그나마 다행이다. 어찌됐건 노후에 국민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70년 이후 세대는 돈 만내고 혜택은 받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돈 만내고 혜택은 받지 못해 = 불편한 진실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더 많이 내고 덜 받으면 된다.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이유로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지 않는다.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수익률이 1%만 낮아져도 고갈속도가 5년 빨라진다고 하니 연금공단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높이는 게 지상과제다. 연금공단이 향후 5년 동안 170조원 기금을 증시에 쏟아 붓겠다고 발표한 것은 저금시대를 맞아 주식 밖에 믿을 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전경련이 국민연금 가입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더니 ‘연금고갈 방지’를 가장 최우선으로 해결책으로 꼽았다.

그렇다. 국민들은 노후대책용으로 국민연금을 못미더워한다. 최근 월지급식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자력(自力)으로 노후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럴 진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적립금의 17%인 55조원을 국내 증시에 투자해 139곳 기업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주권리 행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데 합의함에 따라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3월이면 주주권 행사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 특히 대주주가 경영에 관여하는 건 당연한 권리행사다. 이런 점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노후보장 대의(大義)에 충실해야 = 그러나 노후보장이라는 대의(大義)에는 충실하지 않은 채 기업경영에 ‘감 나라 콩 나라’ 하겠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주주권을 행사하면 연금 수익률이 높아져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오히려 주주권 행사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도 있다.

또한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행사주체부터 독립적이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연금공단이란 조직이 과연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복마전도 그런 복마전이 없다. 남의 돈이라고 자산운용을 맘대로 하고 거래 증권사를 부당하게 선정하고, 말 안 듣는 증권사에는 불이익을 주는 등 “내 돈을 저런 곳에 맡겨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 또한 현 연금공단 지배구조로는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필자도 국민연금이 선진국 유수의 연기금처럼 기업과 함께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 과제를 놔둔 채 주주권 행사에 매달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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