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을 촉발한 불법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간사인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3일 “부산저축은행이 PF 취급 초기단계인 2005년부터 법적 한도를 초과해 대출되는 등 이미 불법으로 얼룩졌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금감원이 검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밝혀내고도 묵인했다”고 밝혔다.
차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금감원 문서검증에서 2007년 부산저축은행 검사결과 자료철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차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지난 2005년 9월8일부터 2007년 1월26일까지 캄보디아 캄코시티 사업 추진을 위해 랜드마크월드와이드 등 4개 SPC(특수목적법인)에 모총 329억5800만원을 대출했다.
그러나 실제 이 돈은 모두 랜드마크월드와이드로 흘러들어갔고, 부산저축은행은 동일인에 대한 대출한도인 자기자본(1561억7100만원)의 20%(312억3400만원)보다 17억2400만원 많은 돈을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2저축은행도 현행법을 어기고 2005년 8월9일에서 2007년 3월12일 사이 같은 SPC에 동일인 대출한도를 207억9100만원이나 초과로 대출해줬다.
금감원의 2007년 정기검사에서는 두 은행이 2006년 3월24일부터 2006년 12월21일까지 인천 효성동 개발 사업에 불법 대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 은행은 계열 저축은행이 동일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대출금 총액이 자기자본의 20%를 넘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185억4500만원을 초과한 338억5500만원을 이곳에 대출해 주었다.
두 은행이 캄코시티와 효성동 개발 사업에 쏟아 부은 불법대출금액 규모가 드러난 것만 총 556억40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두 저축은행으로부터 PF 관련 여신 감축을 위한 자구계획만 보고 받았을 뿐,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산저축은행과 계열 저축은행들의 불법 PF대출은 자구계획 발표 후에도 계속됐다.
부산저축은행의 총 대출 대비 PF대출 비중은 2007년 52.9%, 2008년 45.2%, 2009년 43.8%, 2010년 73.4%였으며, 부산2저축은행 역시 같은 기간 46.8%, 44.5%, 40.1%, 70.2%로 비슷했다.
작년 PF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금감원 실사를 통한 정확한 수치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2007~2009년 통계는 저축은행 측에서 내놓은 것이어서 실제 PF대출 비중은 2007~2010년까지 모두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차 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해 금감원에 철저한 책임을 묻고 관련자를 문책한다는 계획이다. 차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의 PF대출은 추진 초기부터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고 금감원이 불법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면서 “이번 국정조사에서 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