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소속 금융회사가 발빠르게 선두권을 따라잡고 있다. 하반기에 한국전력, 기아차 등의 대기업이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는 데다 금융당국이 계열사 몰아주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면서 향후 시장 판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은 삼성생명(5조6187억원, 15.4%), 국민은행(3조4307억원, 9.4%), 신한은행(3조2059억원, 8.8%), 우리은행(3조1757억원, 8.7%), 기업은행(2조2114억원, 6.1%) 순으로 나타났다.
5위부터 10위까지는 기업은행, HMC투자증권, 교보생명, 하나은행, 농협, 삼성화재 순이었다. 업권별로 20위권 내에는 은행 8곳, 생보 4곳, 손보 2곳, 증권사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상위사들의 시장점유율 순위는 지난해 말과 동일하다. 2009년 말 기준으로는 5위 교보생명의 자리를 6위 기업은행이 차지했을 뿐 나머지 순위는 똑같다.
하지만 상위사들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9년 말 시장점유율이 22.2%에 달했지만 2년 만에 무려 6.82%포인트나 하락했다. 국민은행도 2009년 말 10.15%, 지난해 말 9.74%, 올 상반기 말 9.40%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2009년 말 9.24%, 지난해 말 9.13%, 올 상반기 말 8.78%로 시장점유율이 미끄러지는 모습이다.
그룹 소속 금융회사들의 선전은 계속되고 있다. 20위권에서 은행 8개사를 제외한 12개사 가운데 7개사가 대기업 소속이다.
특히 HMC증권은 2009년 49개 사업자 가운데 45위에 머물렀지만 현대차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2010년 8위, 올 상반기 6위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다. 하이투자증권도 2009년 0.01%의 시장점유율로 48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 39위, 상반기 말 1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LIG손해보험도 2009년 16위에서 올 상반기 14위로 순위가 올랐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생명(1위), 삼성화재(10위), 삼성증권(17위) 등 3개 금융사가 상위권에 랭크됐다.
금융권은 올 하반기 시장 판도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기아차, 대한항공 등 대기업들이 하반기에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등 시장이 대폭 성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36조원 수준인 퇴직연금시장이 올 연말 5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 소속 금융회사의 성장세가 지속될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에서는 퇴직연금 과열 경쟁을 우려하며 고금리 경쟁, 계열사 계약 독점 등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