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지난 7월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야당인 푸어타이당의 승리를 이끈 잉락 친나왓이 4일(현지시간)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되면서 태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됐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잉락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선거개입 여부를 조사한 후 지난달 중순 잉락 친나왓에 대한 의원직 당선을 확정발표했다.
태국은 이날 여당이 된 푸어타이당 등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솜삭 키앗수라논 국회 의장 주재로 정기 국회를 열어 잉락을 총리로 선출했다.
잉락 총리는 이날 오후 왕실 재가를 받은 후에 총리 업무를 공식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후 해외로 도피한 탁신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인 잉락은 정계 입문 두 달 반 만에 정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총리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잉락은 태국 치앙마이 대학에서 정치행정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 주립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탁신 일가의 계열 기업에서 일한 것이 경력의 전부일 정도로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탁신 전 총리가 도시 빈민층과 농민들로부터 여전히 높은 지지를 얻고 있어 잉락이 이끄는 푸어타이당이 조기 총선에 승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잉락의 수려한 미모와 겸손한 태도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한 몫 했다.
그러나 잉락 신임 총리에게는 해결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이 쌓여 있다.
무엇보다 탁신 전 총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왕실과 총선 패배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등 기득권층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푸어타이당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탁신 전 총리 등 모든 정치범의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으나 탁신 반대 세력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선거 유세 기간 중 쏟았던 각종 선심성 공약을 추진하는 것도 과제다.
이미 최저임금 50% 인상안은 경제계와 학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
탁신 전 총리를 실각시켰던 군부와의 관계 설정을 우호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도 잉락 신임 총리에게 주어진 난제다.
군부에는 당시 쿠데타를 주도했던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고 탁신 전 총리 복귀 가능성이 커질 경우 군부 쿠데타 재발설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외부적으로는 캄보디아와의 국경분쟁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태다.
캄보디아와 태국은 국경 지역의 11세기 힌두 사원 프레아 비히어를 놓고 무장 충돌까지 빚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