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전, '현금 유동성' 변수

입력 2011-08-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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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구주 인수 우선순위 논란..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한 기업 자금 조달 난항 우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 하이닉스반도체의 인수전이 또 다시 난항에 부딪혔다. 문제는 현금유동성이다.

채권단이 구주(보유주식)를 많이 인수하는 입찰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SK텔레콤과 STX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발 금융 시장 혼란으로 인한 글로벌 자금 경색이 거액을 투자해야하는 M&A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텔레콤과 STX가 향후 입찰서류를 제출할 때, 구주를 많이 인수하겠다는 쪽에 가산점을 주기로 방침을 사실상 굳혔다.

구주 매각대금은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 몫으로 전액 돌아온다. 반면 신주는 대금은 회사(하이닉스)로 돌아와 향후 연구개발 및 신규투자자금으로 활용 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금 확보는 중요하다. 결국 채권단의 구주 우선 정책은 하이닉스나 국가 경제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겠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수 조원의 설비투자를 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게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라며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한 많은 실탄을 확보해야하고 이를 위해선 신주발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STX도 이런 채권단 태도에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 후 반도체 투자를 이어가려면 천문학적 돈이 들어갈 텐데, 인수대금을 모조리 채권단이 독식할 경우 추가적 자금투입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실사 결과에 따라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최근 불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도 하이닉스 인수전의 변수라는 지적이다. 미국 금융위기가 글로벌 자금경색으로 이어져 국내외 금융 회사의 신규 대출 제한 및 기존 대출 회수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결국 기업 자금조달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이럴 경우 특히 대형 M&A 자금 조달에는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3월말 현재 SK텔레콤의 현금성자산은 1조603억원. STX와 STX팬오션,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에너지, STX중공업 등 STX그룹의 국내 6개 주요 계열사들가 가진 현금성자산은 총 1조2029억원이다.

SK텔레콤은 자체 보유현금을 활용해 하이닉스 인수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외부 변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STX 관계자는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자산 매각 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조달 금리가 올라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 두차례의 경우 처럼 매각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의 매각 규모가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 SK텔레콤과 STX 모두 인수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다. 또 구주 비중이 늘어나고 신주 비중은 줄어들면 결국 반도체 투자를 위해선 추가 자금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 조달에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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