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금융시장이 혼란스런 이유

입력 2011-08-09 11:35 수정 2011-08-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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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금융부장

최근 금융시장을 보면 아사리판으로 변하고 있다. 아사리판은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어원의 유래에 대해 ‘빼앗다’라는 뜻의 우리말인 ‘앗다(奪)’에서 온 말로, 빼앗을 사람이 많으니 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한 말이라고 전해진다. 또 다른 유래는 덕망이 높은 스님을 아시리라고 하는데 이 아사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즉 아사리가 많으면 다양하고 깊은 의견들이 개진할 수도 있지만 서로 자신들의 주장만을 앞세워 매우 무질서하고 소란스럽게 비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금융시장을 보면 덕망 높은 사람들이 많아 아사리판이 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과 정부,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감독당국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금융시장은 신뢰와 원칙이 중요시되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높여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정치권의 저축은행 5000만원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자 구제 방안 추진이나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한 정치권의 목소리는 금융시장 질서를 깨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수쿠크(이슬람채권) 허용과 관련해 정치권이 기독교계 반발을 의식해 표류시킨 점도 문제라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도 저축은행사태로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과도한 금융권 옥죄기는 도를 넘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사태 당시 신뢰상실과 외화유동성과 관련한 말바꾸기는 오히려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 금요일에 단기 외채 규모를 두고 “은행들에게 세 번이나 속았다”면서 “물가잡기도 중요하지만 외화유동성 문제는 잘못되면 나라가 망할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권혁세 금감원장은 “은행 외화유동성 문제없다”는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결국 김 위원장은 세계경제 불안요인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말로 강도를 낮췄다.

이러한 금융 수장들의 엇갈린 시각차로 직격탄을 맞은 은행들은 불만이 팽배해져있다. 은행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안내해야할 금융감독당국이 오히려 은행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SC제일은행 장기파업 사태와 신입행원 임금 문제로 노사간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SC제일은행 장기파업 사태는 아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신입행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제각각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럴수록 정치권과 금융감독당국, 금융권이 합심해 이 위기를 헤쳐 나가야할 상황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큰 틀에서 한국 금융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합의해나갈 중요한 시점이다.

덕망 높은 스님들이 모여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아사리판 상황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한번쯤 낮춰보는 지혜를 보여줄 시기다.

이들 덕망 높은 분들이 먼저 금융시장의 원칙을 지키고 신뢰를 심어주는 앞장선 모습을 보여야만 이번 글로벌 금융사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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