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식고수]⑨고레카와 긴조는 누구?

입력 2011-08-09 13:23 수정 2011-11-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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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연속 뒤 얻은 ‘경기순환’진리로 증시 전설로 남아

‘일본 주식시장의 신(神)’, ‘최후의 승부사’로 불리는 그는 1897년 일본의 효고현의 한 어촌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어부의 7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에게 공부는 사치. 초등학교 졸업 후 14세에 무역회사에 점원으로 취업했지만 회사가 도산하면서 16세에 퇴직금 20엔을 들고 중국 다롄으로 건너갔다.

중국에서 런던 유학을 준비하던 그의 계획은 1차 세계대전으로 물거품이 됐다. 이후 고레카와는 칭다오에서 일본군 사령부에 물품을 대는 군상으로 변신해 큰돈을 벌었지만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치달으면서 그의 회사는 파산한다. 그는 당시 심경을 “도산의 비참함을 뼛속 깊이 체험했고, 그 고통 때문에 주머니에 권총을 넣고 죽을 곳을 찾아다녔다”는 말로 표현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온 고레카와는 21세에 종업원 260명을 거느린 ‘오사카 신철아연 도금회사’ 사장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역시 1927년 대공황의 여파로 문을 닫으면서 그는 수입이 없는 궁핍함 속에서 3년간 도서관에 파묻혀 일본과 세계경제를 독학으로 분석했다. 뼈아픈 사업실패로 자본주의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된 연구였다. 전문서적, 통계자료 등을 통해 그는 ‘자본주의는 결코 망하지 않으며 단지 경기가 순환할 뿐’ 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확신을 가진 그는 아내가 마련해 준 70엔을 밑천삼아 1931년 증시에 출사표를 던졌다. 맹렬한 연구 덕택에 첫 거래에서 100배의 수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바람처럼 나타나 승승장구하는 그는 단숨에 일본증시의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그의 투자 원칙은 지극히 평범한 ‘경기가 불황을 벗어나기 직전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증시가 호황일 때 여유 있게 매도하고 시장을 빠져 나온다’는 것이었다.

주식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그는 1938년 한반도에 광산회사와 제철소를 세우며 비즈니스의 세계로 돌아왔다. 2차 세계대전 직전에 전쟁을 예측하고 철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이 회사를 직원이 1만명에 이를 정도의 조선 유수의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일본이 패전하면서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겨우 목숨만을 부지한 채 일본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일본에서 사업가로 다시 일에 매달리며 적잖은 성공을 거둔 그였지만 증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1960년 63세의 나이로 다시 증시에 뛰어든다. 고레카와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다시 이름을 높였다.

특히 광산사업 경험으로 혜안이 있었던 그는 스미모토 금속광산이 금광을 발견한 사실을 접하고 이 회사가 더 많은 금광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1981년 9월부터 고레카와는 이 회사 주식 5000만주를 230~240엔에 매수한 뒤 6개월 뒤 주가가 1000엔을 돌파하자 과감히 전량 매도해 200억엔을 벌어들였다. 1982년 그는 일본의 대기업 총수들을 제치고 일본 소득세 납세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고레카와는 주식으로 1000억엔이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후 재산을 자식에 물려주지 않고 가난으로 공부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20억엔을 들여 ‘고레카와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여생을 사회사업으로 보낸 그는 1992년 95세로 투자인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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