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원칙없는 채권단

입력 2011-08-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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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의 원칙없는 매각방식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매각조건을 두고 채권단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T, STX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협상이 진행될수록 채권단의 제시조건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주 발행을 줄이는 대신 채권단 보유주식(구주)을 더 많이 인수하는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고 외국계 자금의 투자한도를 대폭 줄이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9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를 중심으로 구주 인수 비율에만 입찰자에 프리미엄을 주는 형태의 입찰평가기준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들면 입찰평가시 100점 만점 가운데 가격요소와 비가격요소의 비율이 65대35라고 하면 신주 발행 계획과 관계없이 구주 인수 관련 점수로만 65점을 몰아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입찰에 참여한 한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매각조건이 바뀌고 있다”며 “매각에 대한 원칙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 매각조건이 바뀌는 것은 당초 입찰자가 없어 표류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SK텔레콤과 STX의 참여로 유효경쟁이 이뤄지면서 다소 느긋해진 채권단이 구주 매각비율을 높이는 등의 추가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닉스 채권단 중 한 곳인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은 지난달 21일 하이닉스 매각공고를 내면서 ‘채권단 보유지분 15% 중 7.5% 이상과 전체 발행주식 10% 이내의 신주를 발행해 인수기업에 매각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구주 매각비중을 더 높이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보유주식(구주)을 인수하는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이 마련될 경우 신주 발행이 줄어들게 돼 추가 부담은 물론 당초 취지와는 많아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특히 신주 발행 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까지 거론하며 채권단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이익 챙기기에만 나선다면 하이닉스의 추가 부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최악의 경우 이번 입찰이 유찰돼 해외자본이 인수하면 기술유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금의 투자한도를 대폭 줄이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크다. 외국인의 투자한도는 매각지분의 25% 선으로 줄이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반도체의 기술유출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조달하려는 STX는 자금조달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닉스 매각 방식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매각뿐 아니라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신주 발행을 병행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신주발행을 위해서는 하이닉스 이사회의 결의가 필수적인 사항으로 회사와 심도있게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채권단은 인수 후보들이 진행 중인 예비실사를 다음 달 초 완료하고 추석이 끝나는 9월 중순 이후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본 계약 체결을 통해서 연내 M&A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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