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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럴듯하게 지어도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으면 회자되지 않고 없어진다. '황제의 길'이라는 별명이 널리 굳어진 이유는 누구나 이 길을 보며 그 이름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망치고개에서 시작해 학동몽돌해변을 지나 거제해금강에 이르는 해안길은 길을 지나는 모든 여행객을 황제로 만들고 있었다.
거제의 리아스식 해안은 미술관이다. 곶과 만이 반복되는 탓에 해변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없다.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고 나면 다시 걸음을 옮겨 다음 그림을 감상하는 식이다. 지나보내는 풍경에 대한 아쉬움 보다 나타나는 풍경에 대한 기대가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는 10km코스는 실제보다 짧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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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에 부딪혀 힘이 빠진 파도가 해안에 도착할 때 몽돌들이 서로 몸을 부딪히는 달그락달그락 앙증맞은 소리는 소리는 어떤 악기로도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다. 황제가 와 본 것은 여기까지이지만 거제의 절경은 아직 한참 남았다. 이제부터는 '황제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거제해금강 입구에서 시작해 여차몽돌해수욕장을 거쳐 홍포마을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386km에 달하는 거제의 해안선 가운데 숨겨져 있던 보물과도 같은 비경이다.
여차몽돌해수욕장을 지나 홍포로 가는 길은 망산 줄기를 타고 오르는 비포장도로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지역이라 도로 개발이 어려운 탓이다. 길이 꺾어지는 곳마다 살짝씩 드러나는 거제 앞바다와 작은 섬들이 유유자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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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해질 무렵 가장 아름답다. 비포장도로를 지나 길을 올라온 여행객들의 눈이 일제히 붉게 변한 바다에 멈추는 순간. 사람들은 마치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몽환적인 아름다움 앞에 세례라도 받는 듯 경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