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본격화...안전자산 반란 시작됐다

입력 2011-08-11 10:31 수정 2011-08-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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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日, 외환시장 개입...달러 위상 추락에 각국 자국통화 방어 나설 전망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양국 정부가 자국통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10일(현지시간) “환율 안정을 위해 시중에 공급하는 유동성을 대폭 늘릴 것”이라며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은행 요구불 예금 규모를 800억프랑(약 120조원)에서 1200억프랑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은행 요구불 예금은 예금자 의사에 따라 언제든 현금으로 지불하는 예금으로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요구불 예금 규모가 늘면 그 만큼 스위스프랑을 많이 공급하는 셈이 돼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된다.

SNB는 “유동성 확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008년 중단됐던 외환 스왑거래도 다시 부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SNB는 환율 안정책의 일환으로 기준금리를 종전 0.25%에서 ‘제로(0)’ 수준으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프랑 가치가 치솟자 외환시장 직접 개입을 선언한 것.

스위스프랑은 1년 전에 비해 주요 9개국 통화 대비 가치가 23%나 올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스위스프랑 가치는 전일 달러에 대해 70.71상팀(100분의 1프랑)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가 최근 달러에 대해 2차 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3월 수준에 근접하자 지난 4일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하루 개입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약 4조5000억엔을 들여 엔화를 대량으로 방출하고 달러를 사들였다.

그러나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정부의 개입이 허사로 돌아간 상태다.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76.67엔을 기록해 외환시장 개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달러 위상이 추락하면서 세계 각국이 노골적으로 자국통화 가치 낮추기에 나서는 2차 환율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해 8월 2차 양적완화를 언급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해 1차 환율전쟁이 벌어졌다.

한국 경주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각국이 타협하면서 1차 환율전쟁이 마무리됐으나 이번 환율전쟁은 1차전쟁과 달리 각국이 공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상이 추락하고 미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국이 자국 경제와 수출을 보호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미국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3차 양적완화가 시행되면 시중에 달러를 대규모로 뿌리면서 환율전쟁에 더욱 불을 붙이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SNB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수요 급증으로 스위스프랑의 과평가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다”면서 “이는 스위스 경제성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립 힐더브랜드 SNB 총재는 “더 이상의 스위스프랑 가치 상승에 대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중국 등 신흥국들은 자국통화 가치의 지나친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 고삐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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