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유대란’ 자초한 정부, 무능도 죄다

입력 2011-08-11 11:35 수정 2011-08-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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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도 죄다. 사회적 약자에게 써서는 안될 말이지만 사회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주체의 무능은 죄다. 실제 원유협상의‘키’를 가진 정부가 낙농농가와 우유업체를 중재하지 못한채‘우유대란’이 터지고야 말았다.

정부의 중재안이 먹히지 않은 이유는 떨어지는 현실감각에 있다. 낙농농가들이 원유 인상으로 리터당 173원을 제시하고 우유업체가 41원을 제시하는 등 생각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면 현실성있는 중재안을 내야했다.

그러나 중재안을 요구받은 후 3차례 회의 동안 제시하지 못해 정부는 낙농농가들과 우유업체 양 쪽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되서야 정부는 리터당 60원, 81원 제시하는 등 협상 기준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 감각 으로‘중재기구’로서 역할을 상실했다.

이 와중에 정부는 7차 협상결과에 대해 왜곡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문제로 농가들의 항의를 받고 낙농진흥회 전무는 사과에 나서는 등 총체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협상결렬로‘우유대란’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자 그제서야 정부는 부랴부랴 지난 10일 리터당 130원 인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낙농농가와 우유업체 양 쪽 전부 탐탁치 않은 반응이다. 이에 낙농농가의 납유거부가 시작됐고 국민들은 가시화된‘우유대란’상황 속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는 원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공감하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노력이 너무나도 아마츄어적이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최종협상을 앞둔 9일에서야 여의도 단식농성장을 처음 찾아 한 발언이 “소비자 물가가 중요하니 낙농가들이 참고 인내하라”였다.

낙농농가들이 생산비 폭등으로 잇달은 폐업을 하는 상황에서 공익을 위해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은 협상의‘협’도 모르는 것 이다. 사태가 이지경으로 될 때까지 방치한 것에 먼저 사과부터 하지 않고서 어찌 성난 낙농농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겠는가. 오정규 농식품부 2차관도 한번 농성장을 찾았지만 성과없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어리석은 자를 뜻하는 속담이지만 문제를 경험하고서도 고치지 않는 자는 어리석음을 넘어서 무능하다. 2004년, 2008년의 뼈저린‘우유대란’을 겪었으면서도 바뀌지 않는 정부의 대응은 ‘무능’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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