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발(發) 재정불안의 여파로 기준금리 정상화 행보가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주요국 경기의 둔화 지속 가능성, 유럽지역의 국가채무문제 확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등을 이유로 두 달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김 총재는 “해외위험요인 등 국내외 여건의 변화추이를 좀 더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달 이후 기준금리 방향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같은 달 대비 4.7%를 기록하면서 7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3개월 만에 최고치인 6.5%를 기록하는 등 물가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전혀 다른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 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안에 불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강하게 확산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올해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내다 보는 이가 많아졌다.
하나대투증권 김상훈 애널리스트는 “애초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올해 안에 한두차례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것으로 봤다면 지금은 한차례 또는 없을 것으로 바뀌었다”면서 “내년이 되더라도 적정금리로 여겨지는 4%까지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금통위가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 중 각각 한차례씩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인 올해 2차례, 내년 2차례 등 총 1.0%포인트 인상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씨티그룹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코스피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금융시장 안정이 한은과 정부의 최우선 정책순위로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SK증권 염상훈 애널리스트는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렸다가는 경기둔화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며 “주식시장이 급반등하지 않는 이상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