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걷고 싶다] ⑨ 예당호 '꼬부랑길'

입력 2011-08-12 11:48 수정 2011-08-1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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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숲길 끝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커다란 호수가 그 곳에서 바다같은 도량으로 나그네들을 맞고 있었다. 바다라 하기엔 너무 잔잔하고 저수지라 하기엔 넉넉한 도량을 가진 이곳은 예당호이다.

예산군의 ‘예’와 당진군의 ‘당’을 한 글자씩 사이좋게 따서 이름을 붙인 예당호는 예산군과 당진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63년에 완공됐다. 중부권 최대의 저수지인 예당호의 크기는 여의도의 3.7배에 이르는 무려 9.9㎢로 그 둘레만도 40km이다.

예당호 꼬부랑길은 예당 관광지에서 시작된다. 딴산교 주변에서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발견했다면 예당호에 거의 도착했다는 뜻이다. 다리를 건너 호수의 모습이 가로수 뒤로 숨었다 나타나길 몇 차례. 이내 예당 관광지에 도착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관광지 입구부터 마련된 호반길을 걸으며 가까이서 호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바로 앞에서 바라본 예당호는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부수어 내며 빛나고 있었고 가루가 된 햇빛이 바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호젓하고 조용한 산책로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에서 부터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길지 않은 산책로의 끝에는 예당호의 모습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예당정’이 있다. 시야 가득 펼쳐진 예당호의 잔잔한 물결이 도시인이 지친 마음을 매만지듯 빛나고 있었다. 동이 틀 무렵 물안개가 구름처럼 피어나는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최고의 절경이다.

▲노진환 기자 myfixer@
호숫가를 따라 대흥향교 방향으로 향하는 길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여러 하천이 흘러드는 예당호에는 물고기가 많기로 유명해 전국의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여행용 의자에 앉아 찌만 바라보는 아버지에게 놀자고 채근하는 어린 자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 봉수산 자연휴양림에서 녹색 공기를 호흡할 차례. 대흥면의 '의좋은 형제 공원'에서 봉수산 기슭으로 향하는 숲 길로 들었다. 이 곳 대흥면은 형과 아우가 서로의 집에 몰라 볏단을 가져다 놓다가 길에서 마주쳐 감격해 엉엉 울었다는 '의좋은 형제'이야기의 실제 무대로 알려져 있다. 꼬부랑꼬부랑 이어진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지만 숨이 가빠질 정도로 경사가 급하지 않았다.

키 큰 나무들로 빽빽한 숲길을 걸어 남쪽 비탈에 다다르면 한 순간에 시야가 확 봉수산 자락에서 바라본 예당호 전체의 모습이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모가 나지 않은 낮은 산줄기들과 예당호가 의좋은 형제처럼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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