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가격인상회의가 13차까지 진행됐지만 끝내 결렬됐다. 하지만 생산자(낙농가)측은 지난 10일부터 실시중인 납유거부를 12일 오후부터 철회하고 우유공급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당초 우려됐던 ‘우유대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순 낙농진흥회 홍보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가격협상이 결렬됐지만 국민적 관심사인 우유대란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가격도 130원대에서 재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7부 능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와 수요자(우유업체)측은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낙농진흥회에서 진행된 13차 소위원회에서 종전 입장보다 견해차를 줄이긴 했으나 최종 원유가격 인상안을 결정하는 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낙농가측인 한국낙농육우협회와 우유업체 대표들은 현재 리터당 704원인 원가를 각각 리터당 145원, 130원 인상하는 안까지 양보했다.
당초 낙농가측은 회의를 진행하면서 173원에서 160원 인상으로 우유업체들은 81원 인상에서 120원 인상안으로 조금씩 물러섰다.
이에 정부가 지난 10일 중재안으로 130원 인상안에 원유 속 체세포수 등급 원유에 대한 인센티브 가격을 상향 조정해 모든 등급에 걸쳐 리터당 8원의 인상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α원’)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양측은 새로운 인상안을 제안했다. 낙농농가측은 다음날 155원 인상을, 우유업체들은 123원 인상으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듯했다.
게다가 낙농가측은 다시‘139원+α원’ 인상안으로 맞섰고 우유업체들도 123원 인상에서 ‘130원+α원’ 인상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12일 오전 10시40분께 재개된 막바지 담판에서 낙농가 측이 145원, 우유업체들이 130원 인상안을 내세워 최종타결에 의견을 모았지만 끝내 실패했다. 양측은 막판 조율에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이날 오후 1시55분께 생산자 측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나서며 결렬에 합의했다.
13차 소위원회가 결렬된 후 생산자 대표인 최재민 위원은 “우유대란을 막고자 노력했지만 업체측에서 정부의 중재안(130+α원)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이날 협상에서 리터당 130원 인상안을 들고 나와 기존입장을 번복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은 이어 “우리측은 긴급 비상대위를 개최하고 향후 대응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소위원회가 다시 열릴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에 수요자측인 한국유가공협회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수요자측은 정부 중재안 기본 유대 130원 인상, 정부의 중재안인 체세포 2등급 구간에 대해 인센티브 8원 지급, 체세포 인센티브 적용 시기는 내년 1월1일로 하자는 의견을 생산자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업체측은 “실무회의 시 생산자측에 분명히 이 같은 취지를 설명하고 5, 6차례 걸쳐 인상안이 130원임을 확인했음에도 생산자 측은 정부안인 130원 대신 139원 인상을 요구해 수요자측은 대화에 신뢰성이 없음을 깨닫고 결렬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 결렬 후 생산자측 모임인 한국낙농육우협회의 이승호 회장이 낙농진흥회를 찾아 “협상 결렬은 무효며 다시 원점에서 이 사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생산자 측은 앞서 밝힌 입장과는 달리 우유대란을 막기 위해 납유거부를 이날 오후부터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또 당초 이날 오후 6시 예정됐던 낙농진흥회 임시이사회는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