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눈총받는 정유사, 밖으론 '수출효자'

입력 2011-08-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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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업종별 수출 3위 기록… '수출'이미지 적극 홍보

최근 국내에서 각종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정유업계가 수출 실적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에서 기름값 상승의 주범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6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실적은 선박과 반도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석유제품 수출 실적은 전체 7위에 머물렀지만 올 상반기 무려 4계단이나 뛰어오른 것. 올해 수출 증가율로만 따지면 상위 10개 품목 중 1위에 해당할 정도다.

올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량은 2억1876만3000배럴로 작년 동기 대비 20.5% 증가했고, 금액은 258억달러로 67.7% 늘었다. 석유제품 수출금액은 원유 수입금액의 53%에 해당하며, 수출물량은 원유 수입물량의 47%에 맞먹을 정도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SK에너지는 올 2분기 석유사업 전체 생산량 가운데 수출이 61%를 차지했다. 전분기 대비 11% 증가한 4321만배럴을 수출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에쓰오일 역시 2분기 3493만배럴로 전분기 대비 20% 늘어난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생산량 가운데 수출비중도 63%에 달했다. GS칼텍스도 아직 2분기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수출비중이 60%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고, 현대오일뱅크 역시 수출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같은 정유사들의 수출 강세는 지난 3월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지진 여파로 현지 석유정제시설 일부가 가동이 중단돼 일본으로의 수출물량이 늘고, 일본의 수출 여력 감소로 아시아 쪽 수출물량도 증가한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실제 올해 1월~7월 석유제품의 일본 수출은 지난해보다 26.8% 늘었고 상가포르(107.2%), 인도네시아(38.1%) 등도 수출물량이 증가했다.

이처럼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정유업계이지만, 내수시장에선 각종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최근 정유업계는 정부의 압박과 함께 소비자들에겐 ‘기름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로 외화벌이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정유업계로선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달리 하소연할 방법이 없다.

이에 정유사들은 최근 ‘수출기업’의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차원에서 석유사업 분야의 수출비중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 SKC, SK케미칼 등 그룹 석유화학업종으로 구성된 제조업 계열사들의 상반기 수출액이 18조1793억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최대 수출실적이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울산 SK에너지 복합단지 부두로 기자들을 초청, 수출기업 이미지를 적극 어필하기도 했다. 하루 96만배럴의 기름을 선적할 수 있는 울산 SK에너지 복합단지의 세계 최대 규모의 출하시설과 하루 평균 50만배럴의 석유제품 수출능력도 과시했다.

GS칼텍스는 광고로 수출기업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최근 GS칼텍스의 TV광고엔 유조선을 통한 수출장면과 함께 ‘매출의 반 이상 19조원 수출’이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GS칼텍스가 내수 기름값을 올리는 주범이 아니라 국가의 곳간을 채워주는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기름값 관련 이슈로 눈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출에 대한 부분을 적극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미지 전환을 위해 마케팅 및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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