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최근 증시 급락 기간에도 개별 종목 보고서를 통해 ‘매수’ 의견만을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도 보고서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고충은 인정하지만 패닉장에서 Strong Buy(강력매수), Buy(매수) 일색의 보고서를 낸 것이 과연 적정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소위 ‘용기 있는’ 매도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시가 하락세로 접어든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총 6거래일간 39개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명시해 시장에 발표한 개별종목 보고서는 총 327개. 이중 93.57%에 달하는 306건의 보고서의 투자의견은 Strong Buy(강력 매수) 또는 Buy(매수)다. 나머지 21건의 보고서 의견은 Neutral, ‘중립·보유’다.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매도 의견인 ‘UnderWeight(비중축소)’나 ‘Sell(매도)’ 의견은 단 한건도 없었다.
일별로는 8일에 총 69건(강력매수 2건, 매수 67건)의 매수 보고서가 제출돼 가장 많았고 이어 4일(68건), 3일(55건), 9일(54건), 2일(22건), 6일(1건) 순이었다.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세계경제가 둔화돼도 모든 산업이 전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또 “기술력이 있거나 실적이 좋게 예상되는 기업에 대해선 매수 보고서를 냈다”며 “경기의 둔화로 우량 기업들의 주가가 내려갔다면 오히려 적극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목소리지만 문제는 있다. 뻔히 시장의 급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매수 일색의 투자의견을 제시한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5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뉴욕증시가 폭락한 이후 한국시장 첫 개장일인 8일에도 증권사들은 여전히 매수 보고서를 쏟아냈다. 시장 참여자들의 투매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날 증권사들은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SK텔레콤, 태웅 등 코스피·코스닥 가리지 않고 40여 종목에 대한 매수 보고서를 시장에 내놨다. 예상대로 이들 종목들은 대부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수만 있고 매도가 사라진 기업 보고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투자자나 해당 기업의 격앙된 반응 역시 무시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폭락장에 따른 개인투자자의 주식매매 거래 증가로 증권사의 거래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6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주식 거래대금은 총 58조1105억원이다. 수수료율을 온라인 최저 수준인 0.015%로 가정해도 6일간 증권사 수익은 최소 87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직전 6거래일간 수수료 55억원(거래대금 37조2853억원)의 1.5배가 넘는 금액이다.
모바일, 반대매매 수수료율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증권사가 챙겨간 수익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