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의 수급 지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동안 ‘Bye Korea’로 시장을 불안케 했던 외국인들이 적극적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를 강하게 견인하고 있는 반면 급락장때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던 연기금은 속도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외국인은 10거래일만에 ‘사자’로 돌아서며 662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8일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역대 3번째로 큰 상승폭을 기록하며 단숨에 1870선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등한 것이 투심을 자극했다. 단기급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한국증시의 가격적 메리트가 커진 점도 한 몫했다.
반면 급락장에서 꾸준히 ‘사자’를 이어오며 증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연기금은 이틀째 순매도에 나서며 988억원을 팔아치웠다. 매도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이틀 연속 ‘팔자’를 보인 것은 지난 6월 10~13일 이후 두달여만의 일이다.
급락장에 많이 사들인 만큼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연기금은 지난달 25일부터 1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오면서 2조4205억원을 사들였다. 상반기 연기금의 매수규모가 4조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보름여만에 상반기 절반이 넘는 물량을 사들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두 수급주체의 ‘바통터치’가 완전히 이뤄진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일단 불안한 대외변수를 감안하면 외국인의 매수 ‘U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추세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만족할만한 정책적 지원이나 경제지표 개선이 가시화돼야 한다”라며 “단기적으로 매도공세가 진정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완전히 매수추세로 돌아섰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연기금 역시 속도조절에 들어간것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투자자산 다변화를 위해 꾸준히 주식비중을 늘릴 것이란 설명이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기금 적립액은 올해 5월 기준으로 340조로 급격히 팽창하고 있으며 적정 수익률 달성을 위해 투자자산 다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비중 목표치는 18%, 채권 투자비중 목표치는 63.5%로 여전히 주식 비중이 낮기 때문에 앞으로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선현 기자 sunhyun@
문선영 기자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