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김성근(69) 감독이 올해를 끝으로 SK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김 감독은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올해 SK와의 계약이 끝나면 감독을 그만두겠다. 재계약과 관련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지금이 사퇴 발표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새로운 사람이 새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난 3월 프로야구 30주년 사진전을 보면서 많이 생각했고 7월 올스타전 때도 감독직 사퇴 발표를 고민했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SK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 아시아 4개국 프로야구 챔프끼리 격돌하는 아시아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그때까지 SK를 지휘할 생각"이라며 올해 SK의 일정이 끝날 때까지만 감독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올해 이후의 진로는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일각에서 내가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데 정규 시즌 중 다른 팀과의 접촉은 SK에 결례여서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SK의 제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SK에 창단 후 첫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또 개인적으로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축배를 들면서 '김성근 야구'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김 감독은 2008년과 2010년에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는 등 지난해까지 재임 4년 연속으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으면서 '야신'으로 추앙받았다.
SK는 2009년 김 감독과 3년간 20억원에 재계약했고 올해 계약이 끝난다.
그러나 김 감독과 SK 구단은 올해 이후의 재계약 여부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김 감독은 최근 몇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구단이 재계약과 관련한 논의를 세 차례나 미뤘다. 재계약 결정은 구단이 내리는 것이지만 나 또한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이에 대해 SK 구단은 "재계약 문제는 시즌이 끝나고 나서 논의하자고 감독에게 말했다"며 "갑작스러운 김 감독의 발언에 당혹스럽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