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눈먼자들의 경제

입력 2011-08-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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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판치는 한 금융위기 또 온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지음/ 김정혜 옮김/한빛비즈 엮음/25000원/708쪽/

2008년, 미국의 이례적인 경제위기. 그리고 지금의 세계적 경제위기는 어디서부터 초래됐을까.

‘눈먼자들의 경제’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금융위기 발생 당시 월스트리트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풀어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 현대 정치와 경제를 비판하는 유명 논객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등은 어려운 용어에 독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책의 1부에서는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마이클 쉬나이얼슨은 금융 위기 이후 추락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상류 사회의 모습을 통해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거액의 연봉과 보너스 잔치로 흥청망청 탐욕을 즐겼던 그들의 모습을 고발한다.

고급 휴양지마다 집을 한 채씩 두고 출퇴근용 헬리콥터와 수상 비행기까지 갖춘 리먼 브라더스의 50대 임원 이야기는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라더스의 사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짐작케 한다.

마이클 루이스는 2008년 10월 국가부도를 선언한 아이슬란드를 찾아 한 헤지펀드 매니저의 말을 빌려 자산 부풀리기로 점철된 아이슬란드 금융 시스템의 특징을 명쾌하게 설명했다.“당신은 강아지를, 나는 고양이를 가지고 있다고 칩시다. 우리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각각 10억 달리짜리로 하자고 입을 맞춥니다. 그런 다음 당신은 내게 강아지를 10억 달러에, 나는 고양이를 당신에게 10억 달러에 팝니다. 이제 우리는 애완동물의 주인이 아닙니다. 10억 달러짜리 새로운 자산을 획득한 자산가들이지요. 아이슬란드 은행들이 바로 이런 거래를 했던 것입니다”

2부에서는 금융위기를 진압하려는 버락 오바마 정부 구제금융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를 지낸 스티글리츠의 분석을 통해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진압하면서 저지른 실수에 대해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독자들 스스로 미국 금융위기의 허점을 짚어내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

이 뿐 아니라 마이클 루이스의 재기발랄한 글맛으로 포장된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 이야기, 명문 대학이면서도 부도 위기에 몰린 하버드대의 부실 경영도 전해준다. 이를 통해 탐욕으로 눈이 먼 사람들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지 알려준다.

4부에서는 역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메이도프의 뒷얘기와 함께 20년 넘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 버나드 메이도프의 두 얼굴을 폭로한다. 저자들은 하나같이 탐욕주의자들의 얼굴이 바뀌지 않는 한 금융위기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금융위기 속을 헤쳐나가야 하는 국민들은 이 책을 통해 세계금융의 흐름의 가닥을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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