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사태' 도이치뱅크 임직원 기소

입력 2011-08-21 14:39 수정 2011-08-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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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매수 후 주가급락…448억 시세차익

11.11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도이치뱅크 국내외 임직원 및 한국도이치증권 법인이 기소됐다. 이들은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풋옵션'을 사전 매수한 뒤 주가지수를 급락시켜 30배 가까운 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도이치뱅크 측은 "규정 위반을 승인한 적이 없다. 법정에서 혐의를 벗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이석환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임원 D씨 등 외국인 직원 3명과 한국도이치증권 박모 상무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한국도이치증권 법인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 11월11일(옵션만기일) 장 마감 전 코스피 200지수 풋옵션 16억원 상당을 매수한 뒤 보유 중인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지수를 급락시키는 수법으로 448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가하락 효과를 높이려고 동시호가 시간(오후 2시50분∼3시)에 직전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7차례에 걸쳐 2조4000억원 상당 물량의 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프로그램매매로 주문을 하면서 거래소 사전신고 시한인 오후 2시45분을 1분 넘겨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 대다수는 사전신고 시한까지의 신고내용을 보고 남은 15분간의 투자전략을 수립하기 때문에 이들의 지연 신고는 다른 투자자에게 대량매도가 없다는 착각을 심어줘 손해를 키웠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당시 동시호가대 거래량은 당일 거래량의 25%, 거래금액의 31%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른 옵션만기일 평균치의 배를 웃돈 것이다.

이들의 범행으로 코스피 200지수는 장 마감 전 10분 사이 7.11포인트(2.7%)나 떨어졌는데 다른 옵션만기일 평균 등락폭(0.06%)의 46.5배에 달했다.

스피 200지수의 급락은 전체 코스피 지수에도 영향을 끼쳐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3.12포인트 폭락했다.

특히 옵션쇼크로 와이즈에셋 등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이 범행 4∼5일 전부터 매도 물량 확보를 위해 다른 금융기관에 빌려줬던 주식을 돌려받는 등 치밀한 사전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량 매도로 인한 주문 시스템 에러에 대비해 한국도이치증권에서 대신 주문을 내는 사전테스트도 거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도이치증권 임원인 박씨는 홍콩지점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당일 일부 물량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원칙적으론 사용이 금지된 개인 스마트폰을 이용해 홍콩지점 직원과 범행에 관한 의사교환도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임직원들에게 소환통보를 했으나 이들이 출석을 거부해 조사 없이 증거 자료만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재판에도 나오지 않으면 법원에서 구금영장을 발부받아 홍콩 당국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고 인터폴 수배도 요청할 계획이다.

이석환 부장검사는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액은 법원에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해 전액 압수조치했다"며 "이번 일로 지수 옵션 거래규모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한국 증권시장이 안정성과 투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한편, 도이치뱅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 검찰이 도이치뱅크의 국내 증권중개기관인 도이치증권 법인도 기소한 것에 유감을 나타냈다.

도이치뱅크는 "도이치증권이 규정위반을 승인하거나 묵인한 사실이 없다"며 "법정에서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도이치뱅크는 검찰이 기소한 그룹 소속 임직원 4명은 현재 정직 또는 휴직 처분을 받아 은행업무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해당 직원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와 내부통제시스템 강화 등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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