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 통합을 앞둔 하이트-진로의 새 글로벌 사업이 기존 계획의 재탕·삼탕에 그치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하이트맥주의 경우 독자브랜드를 통한 적극적 해외진출보다는 해외 대형유통업체의 PB(자체상표)로 진출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맥주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올릴 지 의문시되고 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19일 경기 여주군 소재 블루헤런 골프장에서 김인규, 이남수 사장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 전후의 글로벌 사업현황과 향후 비전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남수 진로 대표이사(해외사업본부장 겸직)은 “일본의 증류식 소주 공장을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추진 중”이라며 “후보군을 여러 곳 추천받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밝힌 소주 관련 글로벌 사업계획은 지난 4월 취임 때 이야기 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당시 “일본 현지법인 진로 재팬을 통해 일본의 증류식 소주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맥주의 수출 방식도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다. 하이트맥주는 일본의 한 대형마트(이온)에 자체 상표인 ‘톱밸류’(Topvalu)를 붙여 지난 10일 ‘배리얼라거 맥주’(Barreal LagerBeer)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제품은 하이트맥주의 자체 브랜드가 아니라 일본 이온사의 PB 상품으로 브랜드의 주인은 ‘이온’이다.
예를 들면 국내 대형마트의 PB인 ‘세이브엘’, ‘초이스엘’, ‘프리미엄엘’, ‘좋은상품’ 의 이름으로 하이트맥주가 제품만 공급하는 형태다. 1970-80년대 우리나라가 해외에 물건만 공급하고, 물건을 받는 해외기업이 자신들의 상표를 붙여 파는 OEM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이장규 전 사장도 오스트레일리아에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하이트 맥주를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PB상품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일본 맥주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위기에 봉착한 하이트맥주의 새 경영진이 통합을 앞두고 당장 눈앞의 실적만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