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야권통합을 공식 제안함에 따라 통합 논의에 가속이 붙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 대표는 2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희망시국대회 연설에서 “민주진보진영이 하나가 되고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진보정신의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앞장서 희생과 헌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이 헌신해야 할 때 팔을 내놓으라고 하면 팔을 내놓고 눈을 내놓으라고 하면 눈을 내놓겠다. 희생과 헌신의 자세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대당 통합에 있어 현실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빚는 ‘지분’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비율, 지역구 배분 등 구체적인 문제를 놓고 민주당이 통합 과정에서 과감한 양보를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4.27 재보궐 선거에서 전남 순천, 경남 김해 선거구를 타 야당에 사실상 양보한 바 있다.
손 대표의 통합 제안이 실질적 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통합 제안에도 불구하고 야4당은 여전히 "민주당은 통합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함에 따라 이른바 민노-진보 소통합 논의 자체가 결렬 위기에 처했다.
공교롭게도 손 대표의 통합 제안 발언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야권대통합추진기구 결성(17일) 직후 나왔다. 손 대표와 문 이사장이 야권 차기대선주자 ‘양강’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들은 좋든 싫든 ‘협력과 경쟁’의 관계이다.
손 대표는 지난 21일 당 정책캠프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야당의 잠재적 후보들은 훨씬 더 내재적 역동성과 확대 가능성을 갖고 있고, 눈여겨 봐야할 것은 야권의 지지율 총량이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야권 후보의 지지율이 반드시 (한 사람에게로)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의 최근 통합 행보가 야권의 지지율 상승이라는 보완재가 될 수는 있지만 대권레이스에서 자신을 대체할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