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세계 2위 규모로 뛸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한 100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엔고 대응 기금’이 기업들의 해외 M&A에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는 500억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해동안 기록한 340억달러를 큰 폭으로 웃도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M&A 규모는 현 시점에서 미국·영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일본이 세계 3위 안에 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딜로직은 전했다.
WSJ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엔고 대책 효과까지 더해지면 일본 기업의 M&A 규모는 연말까지 1000억달러를 넘어 영국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뛸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1000억달러 규모의 엔고 대응 기금은 기업들의 환차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 기업들의 해외 M&A를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정부는 외환자금특별회계의 달러 자금을 활용, 일본 기업이 갖고 있는 엔화를 외화로 교환해 줌으로써 환율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은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M&A 대상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뉴욕 록펠러센터같은 고급 부동산을 인수하는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엔고 대응 기금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없이도 대규모 M&A에 나서는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오히려 엔화 강세에 힘입어 맥주업체에서부터 의료기기업체에 이르기까지 국제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노무라증권의 기우치 다카히데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일본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는 해외 도피가 아닌 신사업 창출로 연결되는 M&A에 엔고 대응 기금이 활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