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진 1,900m 제10경주에 출전한 김혜선 기수는 ‘루비퀸’에 기승해 초반 빠른 출발로 경주를 주도한데 이어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우승을 차지해 쌍승식 134.1배의 고배당을 터트렸다. ‘루비퀸’은 경주에 출전한 10마리의 말 중 단승식 기준으로 인기순위 8위에 그치는 등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만큼 경주마에 대한 경주능력을 부족한 생태였고 김혜선 기수의 기승술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김 기수의 고배당 행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에는 3경주에서 단승식 14.3배의 비인기마 ‘스페셜데이’와 함께 단독선행에 나서 우승을 차지했다. 경주가 시작된 후에도 경주 내내 최하위권을 맴돌다가 마지막 코너인 4코너를 돈 후 직선주로에서 전력질주. 막판 추입에 의한 드라마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8월 한달 간 대부분 비인기마에 기승해 알토란같은 4승을 기록하며 한국 여성기수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신장이 150㎝에 불과하지만 ‘슈퍼땅콩’이란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다부진 기승술과 타고난 승부기질은 서울경마공원내에서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데뷔 2년차였던 지난해에 10승을 거두며 차분히 승수를 쌓아온 김혜선 기수는 올해 19승으로 현재 서울 경마공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총 58명의 기수 중 다승 11위, 복승률은 24.4%로 전체 9위에 오르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예시장에서 경마팬들이 여자 박태종 기수라고 불러요. 존경하는 대선배님에게 누가 되는 것 같았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아직 정식기수가 되기 위한 승수인 40승에는 9승이 모자라지만 최근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해 40승을 채우며 정식기수에 합류하게 된다.
소속조 지용훈 조교사는 “김 기수는 귀여운 인상과는 달리 명석한 두뇌와 놀라운 집념의 소유자”라며 “ 보통 선수들은 경기를 할 때 말의 습성을 무시할 때가 많은데 김 기수는 말과 호흡을 맞춰 최적의 전개를 이끌어 낸다. 경주코스에 익숙하게 된 다음에 자기보다 앞선 남자 선수들을 극복하려고 하는 게 역전 우승이 많은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기수는 체력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직업이지만 김혜선 기수는 강도 높은 근력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면서 매일 10마리의 경주마를 훈련시키며 남자 기수들도 혀를 내 두를 정도의 훈련량으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