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전격 사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는 10월 26일 치러지게 됐다. 여권으로선 뜻하지 않은 메머드급 판이 조성된 것이다. 동시에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도 시험대에 올랐다.
여야 통틀어 미래권력에 최대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박 전 대표는 그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각 지자체의 사정과 형편에 따라야 한다. 서울시민이 판단할 것”이라는 게 입장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젠 싫든 좋든 서울시장 보선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유권자만 839만여명에 달하는 대선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친박계 한 핵심의원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황흐름을 보면서 스탠스를 정할 것”이라며 “깊게 고민할 단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일정표를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민투표로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오 시장이 시장직까지 내걸며 지원을 요청했음에도 외면한 것에 대한 보수층의 따가운 지적과 무상급식 선봉에 선 수도권 30·40대의 의혹 어린 눈길로 곤경에 처했다는 토로다.
때문에 정면돌파 외에는 뚜렷한 답이 없어 보인다는 게 친박계의 초반 기류다. 지금처럼 정부여당과 일정 선을 그으면서 방관자로만 일관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한 의원은 “서울시장 보선에서조차 ‘지도부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반론도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언제 (돈) 있는 계층만을 대변했느냐”며 “결국 선거구도가 (박 전 대표의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도 “25.7%의 결집력(주민투표 최종투표율)을 이어 복지 포퓰리즘을 막자는 쪽으로 전선이 강화될 것”이라며 “정면승부 쪽으로 당의 방향이 결정된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뛰어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일각에선 박 전 대표의 지원을 기대하려면 공천 단계에서부터 그의 재가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물음도 이어지고 있다. 이 경우 같은 여성인 나경원 최고위원을 꺼려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주자가 여성인 상황에서 서울시장 후보마저 여성으로 내세우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라는 뜻이다.
이래저래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내년 총선과 대선 판세를 결정지을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