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십 몇억을 벌었네, 누구는 몇배를 벌었네… 이런 소리를 들을 때 마다 까치밥 계좌라도 하나 만들어 뒀으면 좋았을껄 하는 후회가 드네요.”
과거 옵션매매를 즐겨했다는 투자자 A씨의 한탄이다. 사회초년생인 A씨는 많지 않은 종잣돈을 안전하게 굴리기 위해 주식 하락에 대비 ELW나 옵션거래을 통해 헤지를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ELW사태가 터지면서 금융감독당국이 마련한 ELW시장 추가 건전화 방안에 따라 이달 부터 ELW 계좌를 신규 개설하는 투자자는 기본예탁금 1500만원을 보유해야 거래가 가능하게 됐다. 또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적용되지 않았던 옵션매수 전용 계좌는 사라지게 됐다.
A씨와 같은 사회초년생에게 1500만원이라는 투자금액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이들 상품에 대한 투자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뒤늦게 기본예탁금 1500만원 없이도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일명 ‘까치밥 계좌’가 바로 그것. ‘까치밥 계좌’는 옵션거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 되는 은어로 다음 거래를 위해 남겨두는 계좌를 말한다.
현재 신규 옵션 매수 거래는 불가능한 상황이며 옵션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1500만원의 예탁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거래를 해왔던 고객의 경우 1계약이라도 미결제 상태의 계약이 있으면 다음 거래시 증거금 1500만원이 다 채워지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다.
이를 노리고 일부 투자자들이 만기일 전에 차월물 1계약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기존 계좌를 이용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 겨울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감처럼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의 아슬아슬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까치밥 계좌를 통해 투자하고 있는 한 투자자는 “다행스럽게 계좌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폭락장에서 그나마 옵션 투자를 통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며 “옵션거래라고 해서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투자마저 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시장을 키울때는 언제고 이제는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까치밥 계좌를 만들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 들어갈 경우 출금이 막힐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