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가격이 1조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누가 이 주파수를 가져가든 과열경쟁으로 오를대로 오른 낙찰가 부담은 망 구축 등 투자 위축에 그치지 않고 가계 통신비 상승이라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직격탄은 통신 서비스업체들이 맞게 되지만 정보기술(IT)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망투자가 지연될 경우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초고속 무선데이터 통신을 기반으로 준비중인 신규사업에서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1.8㎓ 주파수 가격이 일주일만에 9000억원 가까이 치솟자 KT와 SK텔레콤은 눈 앞이 캄캄해 졌다. 주파수 가격이 유례없는 최고가로 형성됐으나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 1.8㎓ 대역은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위한 하나 남은 ‘황금주파수’이기 때문이다. 눈물을 머금고 경쟁사 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 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5일 800㎒.1.8㎓ 대역 이동 통신용 주파수 경매를 진행한 결과, 1.8㎓대역에 KT와 SK텔레콤이 입찰에 참여해 이날에만 10라운드(누적 71라운드)가 진행됐으며 현재까지 최고입찰가는 8941억원이라고 밝혔다.
2000년 초 유럽에서는 주파수경매로 수조원대의 낙찰가를 받은 사업자가 비용부담을 결국 이기지 못하고 주파수를 반납한 사례도 있다. 현재 KT와 SK텔레콤은 4G LTE 전국 망 구축을 위한 투자를 지속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도권 LTE망을 이미 구축한 SK텔레콤과 달리 KT는 LTE망 구축 조기 단계로 1~2개월 내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이 예정돼 있다.
주파수를 낙찰받은 통신사업자는 낙찰금액의 4분의 1을 첫 해에 내고 다음 연도부터 10년간 나머지 금액을 균등 배분해 납부해야 한다. 1.8GHz 주파수 가격이 1조원 정도에서 낙찰된다고 가정할때 이미 LG유플러스에게 낙찰된 2.1GHz 주파수 가격인 4455억원과 아직 경매 입찰자가 없는 800MHz 주파수 가격인 2610억원을 더하면 약 1조7000억원 정도의 주파수 경매 대금이 발생한다.
스마트폰 도입으로 대중화로 이미 한차례 상승을 겪은 가계 통신비도 증가할 것이 확실해졌다.
더구나 LTE요금제는 더 빠른 데이터통신이 가능해 기존 3G요금제보다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업의 비용부담이 전가될 경우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요금제가 결정될 수 있다. 결국 이는 LTE 가입자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이동통신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놓고도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될 경우 정부와 업계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이동통신산업의 큰 그림을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