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초 작은 경차의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박스형 디자인이 도입됐다. 이들은 인기를 끌면서 차체도 커졌다. 동시에 소형 컴팩트 미니밴의 영역까지 도전장을 던지면서 하나의 세그먼트로 자리잡아왔다.
닛산 큐브(Cube)는 국내에서 박스카의 원조로 여겨진다. 병행수입업체가 들여온 2세대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박스카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앙증맞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오른쪽 핸들차’라는 구조적 단점을 눈감아줄 수 있는, 참을 수 없는 매력이었다.
◇박스형 디자인에 비대칭 C필러가 특징=한국닛산이 3세대로 거듭난 큐브를 국내에 들여왔다.
이미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입증된 마당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때마침 왼쪽 핸들도 개발돼 더 이상 주저할 이유도 없었다. 대대적인 신차 마케팅을 펼쳤고 사전계약을 통해 1600대가 넘는 계약고를 올리기도 했다. 더불어 본격적인 판매에 맞춰 자동차 기자단을 대상으로한 시승회를 펼쳤다.
1998년 등장한 1세대 큐브는 세상의 관심밖에 있었다. 평범한 5도어 해치백의 지붕만 높여놓은 껑충한 차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박스카 대열에 들어선 모델은 2세대. 1세대와 동일한 닛산 B플랫폼을 이용하되 보닛을 높이고 벨트라인(차체 옆면과 윈도의 경계선)을 수평으로 치켜세워 박스형 디자인을 뽑아냈다.
3세대 큐브는 균형미가 두드러진 2세대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유지한채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고 세부 디자인을 수정했다. 2세대부터 시작한 박스형 디자인은 고칠 곳이 없을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
차체 모서리를 향해 돌진해있는 타이어는 껑충한 차 높이에 대한 걱정을 단박에 상쇄시킨다. 차 길이(3980mm)의 70% 가까이를 휠베이스(2530mm)에 할애한 모습도 듬직하다.
커다란 도어를 열면 또 다른 큐브의 매력이 눈앞에 펼쳐진다. 동글동글한 계기판과 스위치는 우아한 곡선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속에 오롯이 자리잡았다.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쥐어도 즐겁고, 앞에서 귀여운 눈망울 앞세워 달려오는 것만 봐도 흐뭇하다. 예쁘면 다 용서된다고 했던가. 안팎 모습 어디 하나 귀엽지 않은 구석이 없다. 언제 어디서 바라봐도 신날 수밖에.
◇앙증맞은 겉모습에 보는 사람 더 즐거워=겉모습은 2세대와 큰 차이가 없되 속내는 화끈하게 바꿨다.
CVT방식의 트랜스미션은 달랑 드라이브 레인지와 L레인지 두 가지다. 무단변속기의 특성대로 초기 출발과 가속때 높은 회전수를 쓴다. 큰 덩치(?)에 걸맞지 않게 가속이 경쾌하고 여느 1.6리터 준중형차를 가볍게 앞지를 만큼 민첩하다.
가볍지만 노면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핸들링은 제법 날카로움도 지녔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뒤틀어 가볍게 트위스트를 추면서 원하는 만큼 앞머리를 정확하게 비튼다.
풀가속하면 시속 100km를 11초 언저리에 지나치고 이 상태를 밀어붙이면 180km까지 무난하게 솟구친다. 한계영역은 시속 190km. 그 이상도 가능하겠으나 의미가 크지 않다.
애당초 큐브는 빠르고 무섭게 달리는 것이 아닌, 즐겁고 신나게 달리기 위한 차다. 운전석에서 느끼는 감각은 이러한 궁극점에 모자람이 없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차라는 편견 속에서 뜻밖에 얻은 운전의 즐거움은 덤으로 다가온다.
눈길을 떼지 못할 만큼 예쁜 디자인 탓에 오히려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경쾌함이 빛을 발하지 못할까 싶은 마음도 적잖다.
큐브는 옵션에 따라 2190만원과 2490만원 두 가지가 팔린다. 수입차 시장은 물론 국산 중형차와도 견줄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다. 14.6km라는 연비도 수입차 시장에서 흔치않은 수치다.
큐브의 등장은 한국시장에 과감하게 그것을 선보인 한국닛산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모두에게 도전이자 모험이다. 많은 고객들이 편견없는 모습으로 이들의 도전을 지켜볼 예정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즐거울 거라고 상상한다. 큐브는 타는 사람 그리고 보는 사람 모두 즐거울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