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올랐다.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역내 은행권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고 발언한 라가르드 총재가 현실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전일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방준비제도(Fed) 연례행사에서 참석해 “은행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유럽 재정위기 확산을 방지하는 방법”이라면서 “유럽 부실은행들의 자본을 긴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중앙은행장은 “라가르드 총재가 현재 은행권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다”면서 “문제는 자본 확충을 통한 위기 해결이 아니라 자본확충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국가의 은행들은 지난 수주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지금 자본 확충을 논의하는 것은 시장에 혼란만 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중앙은행장은 “라가르드 총재의 이번 발언으로 현재 4400억유로(약 687조원) 규모인 유럽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기금이 유럽 은행들의 자본 확충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장들은 라가르드의 발언이 은행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줄 것을 우려해 라가르드가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유럽 당국은 여전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노출)에 불안해하고 있는 투자자들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결과가 발표된 유럽 은행권 재무 건전성을 심사하는 2차 스트레스 테스트도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는데 실패했다.
유럽 지역 21개국 91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2차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9개 은행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불합격 은행들은 모두 핵심 자기자본비율(Core Tier 1)이 최소 기준 5%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실시된 1차 테스트에서 7개 은행이 불합격한 것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가 없어 너무 느슨한 잣대로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같은날 잭슨홀 연설에서 “유럽이 유동성 부족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다”면서 “재정위기를 타개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유동성 부족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