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개의 허들이 류샹의 발목을 잡았다. 단 한 번의 실수로 희비가 교차했다.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 종목으로 지목됐던 남자 110m 허들은 단 한 번의 허들링에서 승부가 갈렸다.
29일 열린 남자 110m 허들 결승은 사실상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와 류샹(28.중국),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의 '3파전'이었다. 로블레스(12초87)와 류샹(12초88), 올리버(12초89)의 개인 최고 기록이 0.01초씩 차이로 거의 같다.
트랙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4~6번 레인을 배정받은 세 선수는 트랙에 들어온 뒤 가벼운 미소조차도 좀처럼 보이지 않은 채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고요해진 대구스타디움,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출발 반응 시간은 로블레스가 0.150초로 가장 빨랐고 류샹이 0.164초, 올리버가 0.171초로 뒤를 이었다. 뒤로 처질 듯한 기색이 보이자 급해진 올리버가 먼저 두 번째 허들을 제대로 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올리버는 한참 뒤로 밀려나면서 사실상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스타트가 약간 늦었던 류샹은 특유의 유연한 허들링을 유지했고 9번째 허들을 넘을 때까지는 막상막하였다.
반면 로블레스는 마지막까지 실수 없는 허들링을 과시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허들 경기는 역시 스피드보다는 물 흐르듯 이어지는 허들링의 리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면서 세계 기록 보유자의 명성을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