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파생상품' 건전화 선결 조건

입력 2011-08-31 14:29 수정 2011-08-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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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

‘보스 사이즈 나우(Both Sides Now)’, 1960년대 미국의 포크 붐을 선두에서 지휘했던 쥬디 콜린스(Judy Collins)라는 여가수가 일곱 번째 앨범 ‘야생화(와일드플라워·Wildflower)’를 통해 발표한 곡으로 사물의 좌우양면을 보아야 한다는 인본주의적 메시지를 담은 명곡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임금 도공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기쁨에 취해 있을 때, 충신 위강이 “편안한 처지에 있을 때에도 위험할 때의 일을 미리 생각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진언한 데서 유래한 고사이다.

금년들어 우리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는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와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 및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속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직격탄으로 코스피지수가 한달 동안 약 4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여 우리 시장의 취약성이 재차 노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ELW와 관련한 검찰수사로 인해 파생상품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파생상품의 본질적인 기능이 기초자산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단이지만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투기적인 거래도 시장의 유동성과 균형가격의 확보에 일정 부분 필요하다.

현상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일부 상품의 문제가 파생상품시장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어 마치 투기판처럼 인식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고, 파생상품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 세상에 완벽한 상품과 제도는 없다.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기에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 시장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 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진행된 시장개방과 수출주도형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 라는 구조적인 특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높은 대외의존도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도 있지만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의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 시장에서 많은 제도와 관행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이번 소버린 쇼크를 시장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시적인 규제와 제도 변화를 통한 위기 극복이 아니라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1999년 16.9%였던 기관투자가의 주식보유비중이 증가하기는 커녕 작년말 13.4%로 3.5% 감소한 반면, 동 기간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은 21.7%에서 31.2%로 크게 증가한 사실은 왜 우리 시장의 변동성이 유난히 크고,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 경제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우리 경제의 건전성과 성장성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해외자본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이해 가능한 메시지를 정기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IR(Sovereign IR)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작년말 현재 우리 나라의 주식투자자인구는 479만명으로 총인구의 9.8%, 경제활동인구의 19.5%에 해당된다. 이제 증권시장은 특정 경제주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상장기업, 투자자, 증권업계 등 우리 모두가 아끼고 가꾸어야 할 사회적인 공기(公器)이자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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