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포기없는 투혼의 꼴찌가 아름답다'

입력 2011-09-0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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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마공원 현역 64경주 최다연패 ‘차밍걸’...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투혼

경마는 순위를 다투는 스포츠이다. 피나는 훈련 끝에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경주마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준다.

하지만 경마가 더욱 감동적인 것은 비록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진지한 모습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현재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뭉친 꼴찌들의 투혼이 있기 때문이다.

▲차밍걸
현재 서울경마공원 현역 경주마중 최다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차밍걸(국산 6세, 암말, 3조 최영주 조교사)은 지난달 21일에 출전한 1200m 경주에서 4코너까지 8두 중 꼴찌로 달렸으나 막판 직선 주로에서 마지막 승부근성으로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펼치며 데뷔이후 최고성적인 3위를 기록했지만 64경주 연속 우승에 실패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경주마들이 경주로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서로 1등을 향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경마 팬들은 우승 가능한 말에 마권을 사서 우승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함성을 지른다. 경주에서 지기만 하는 경주마는 경마 팬들에게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마권을 사지도 않는다.

그러나 관중들은 그녀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차밍걸은 현역 경주마중 최다연패를 기록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투혼은 경마팬을 감동시킬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2005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차밍걸’은 작은 체구에 폐활량이 작았다. 보통 말 몸무게가 500㎏인데 400㎏밖에 안 되는 약골이었다. 혈통도 그리 좋지 않아 그야말로 경주마로 별볼일 없는 ‘부진마’였다. 게다가 2008년 1월 데뷔이후 이후 4년간 내리 연전연패를 거듭했고 폐기처분될 운명이었다.

성적부진 때문에 폐사될 수도 있었지만 마주와 조교사는 경주로에 들어서면 죽기 살기로 달리며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차밍걸’을 포기하지 않고 출주시켰다. 차밍걸은 올해 만 13연패를 하는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출전했는데, 딱 한 번 다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것을 빼놓고는 열심히 뛰었다. 지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결승선까지 성실히 달리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스포츠의 ‘희망’과‘ 용기’를 보여줬다.

경주마들은 한 번 출전해서 전력질주를 할 때 10㎏의 몸무게가 빠진다. 그러므로 경주마들의 체력 회복기간을 감안할 때 한 달에 한 번 출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국내 경주마들이 평균적으로 1년에 10~12번의 경주에 출전을 한다고 봤을 때 차밍걸의 경주 출전 횟수는 엄청난 것이다. 부상이 없다면 올해도 20번 이상의 경주출전이 확실시 되고 있다.

차밍걸을 맞고 있는 최영주 조교사는 “차밍걸의 연패 기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1등도 있지만 1등이 있기 위해선 그를 돋보이게 해주는 수많은 조연이 있기 때문이다.” 며 잔병치례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차밍걸이 첫 승을 달성할 때 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을 안겨준 또다른 경주마는 ‘꼴찌마’로 유명한 ‘하루우라라’다. 1998년 11월 경주마로 데뷔한 ‘하루우라라’는 ‘화창한봄날’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7년간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루우라라는 일본인들의 희망이었다.

당시 경제난에 시달리던 일본인들은 지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성실히 달리는 ‘하루우라라’의 모습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말이 뛰는 것을 보면서 암환자들에게는 몸이 약해도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으로 용기를 주었고, 불황 속에서 사업실패로 시련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언젠가는 이길거야”라는 희망을 전해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들은 지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달리는 ‘하루우라라’로부터 용기와 희망을 본 것이다.

‘하루우라라’는 10살이 되던 2006년 113연패란 대기록을 남기면서 은퇴했다. 일본인들은 아쉬움의 편지 수백 통을 보냈고, ‘하루우라라’는 관광협회로부터 동물로는 처음으로 관광공사 공로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일본의 명마 딥임팩트와 교배해 일본 최고의 1등마와 꼴찌마의 재미있는 조합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꼴찌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과 애정이 낳은 결과다.

'포기는 없다'는 교훈을 경주마들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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