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 안전자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존에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던 선진국 채권 대신 신흥국 채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1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달 초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신흥국 채권만이 위험자산 중 유일하게 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CNN머니는 설명했다.
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국가는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등 바닥을 기고 있다.
해포드스트래티직인컴펀드의 조 포르테라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와 신흥국 채권 금리가 비슷한 추이를 나타냈다”면서 “이는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RBS의 드미티리오스 에프스타시우 채권 애널리스트는 “채무위기에 시달리는 유럽, 미국과 달리 신흥국 경제는 보다 건전해 이들 국가의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70%를 넘겼다.
그러나 신흥국은 브라질과 멕시코 등 부채가 많은 국가라 하더라도 그 비율이 40% 미만에 불과하다.
앤서니 발레리 LPL파이낸셜 채권 부문 투자전략가는 “지난 10년간 신흥국 시장의 신용상황은 크게 개선됐고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도 매우 낮아졌다”면서 “특히 여러 나라에 분산투자했을 경우 리스크가 더욱 줄어든다”고 밝혔다.
그는 “신흥국 통화 가치가 계속 오를 것으로 시장이 전망하는 것도 이들 채권의 인기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흥국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채권 시장규모는 31조달러(약 3경2922조원)로 전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등 영향력이 여전하다.
반면 국가 부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신흥국은 900조달러로 전체 시장의 1%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