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일(현지시각) 편집하지 않은 미국 외교전문 25만여건을 모두 공개하자 미국과 유럽의 유력 매체가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가디언과 미국의 뉴욕타임스, 독일의 슈피겔, 스페인의 엘 파이스, 프랑스의 르몽드 등 5개 유력 매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 외교관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의 이름을 지우지 않고 문서를 공개한 위키리크스를 비난했다.
이들은 “편집하지 않은 채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의 결정을 개탄한다”며 “이는 정보 제공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철저한 편집 과정을 거친 문서만 공개하겠다는 분명한 원칙에 따라 위키리크스와 협력했다”며 “아카이브 전체를 공개한 것은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가 단독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외교전문을 차례차례 공개하면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정보 제공자의 이름을 지우는 작업을 가디언 등의 매체와 함께 해왔다.
뉴욕타임스의 빌 켈러 편집국장은 “어떤 의도인지 판단 할 수 없으나 이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결정한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위키리크스를 힐난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위키리크스가 외교전문을 공개하겠다고 미리 알려왔다”면서 “그러나 위키리크스는 정보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미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우리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위키리크스 전문에는 정보제공자들의 신분을 노출한 외교전문이 1000건 넘게 있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BBC는 지난 2004년의 한 외교전문에는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 등 바티칸의 주요 인사들의 전화번호가 들었다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1일 “편집하지 않은 막대한 양의 미국 외교전문이 있는 아카이브가 노출됐다”면서 가디언의 데이비드 리 기자 때문에 암호가 드러났다고 화살을 돌린 데 이어 남은 자료 전체를 공개할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한편, 어샌지가 지난해 11월 동료와 회의를 하면서 “외교문서 전체가 결국에는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회의록이 나왔다.
어샌지는 당시 한 활동가가 자료를 모두 공개하지 않는 것을 비난하자 이같이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어샌지 등이 외교전문을 편집하지 않은 상태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